코로나 백신 공급 정상간 이견…트럼프 "미국 우선" Vs 시진핑·푸틴 "공유해야"

김보겸 기자I 2020.11.22 14:34:49

백신 개발 최선두 美 트럼프 후진국 공유 필요성에 침묵
시진핑·푸틴 "백신은 국제사회 공공재..각국과 공유할 것"

21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 화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개회사 내내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1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20개국(G20)화상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베트남전 사망자의 4배에 달하는 25만명 넘는 미국인이 숨지는 상황 속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빠진 채 자신의 골프장으로 향해 비난받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 가장 개발속도가 앞서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아프리카 등 빈곤국들과 공유하는 문제에 대해 아예 입을 다물어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백신문제에 있어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 세계 3차 대유행이 현실화한 가운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중국은 자국 백신의 공공재 역할을 강조하며 비난여론을 비켜가는 한편 국제적 사회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 내내 딴짓한 트럼프...발언 직후 골프장행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딴짓은 개회사 때부터 시작됐다.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개회사를 하는 9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개회사가 끝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에는 “전례없는 대규모 투표 사기가 드러날 것”이라며 대선에 불복하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G20 정상 간 비공개 논의가 이뤄지던 시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계속됐다. 그는 전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상태에 대해 “그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고맙다!”라고 썼다.

반면 이날 주요 의제였던 백신 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망하는 미국인이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 특히 빈곤국과 백신을 공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발언 직후 화상회의에서 벗어나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한 골프장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빈자리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대신했다. 그는 전염병 대유행에 초점을 맞춘 세션에도 불참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전염병과 기후변화를 논의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미국 선거의 다툼이라는 다른 곳에 가 있었다”며 “이런 회의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무관심하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19일 시 주석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PEC에 참여한 모습(사진=AFP)
“중국 백신은 모두의 것” 시진핑, 중국 책임론 벗어나나

같은 날 G20 화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개발 중인 백신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시 주석은 “중국의 백신을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연구·개발(R&D)과 생산에서 진전을 보고 있는 중국이 활발한 지원을 펼치겠다는 것이 시 주석의 설명이다.

이는 접종을 원하는 ‘미국인’에 한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특히 빈곤국과 백신을 공유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방역을 지원하고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 주석은 국제사회에 다자협력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100년 만에 최악의 전염병 대유행을 겪고 있는 와중, G20이 신속히 움직여 전 세계 역학 협력과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면서도 “지금도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계속되며 글로벌 공급사슬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상호 존중과 평등, 이익에 기반해 다른 나라와의 공동 발전과 평화 공존을 추구할 것”이라며 “우리가 나아갈 길은 광범위한 협의의 원칙, 공동의 기여와 공공의 이익을 따라야 한다. 다자주의를 유지하고 개방과 포괄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개발하고 세계에서 처음 사용승인을 내린 러시아도 같은 날 자국이 개발한 백신을 필요한 국가에 언제든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백신은 모든 대중의 소유”라며 “우리 백신을 필요한 국가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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