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김희준, 데뷔전 첫 티샷 340야드 시원한 '장타쇼'

주영로 기자I 2021.04.08 18:19:54

8일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전
1번홀 티샷으로 340야드 날리는 괴력 장타
2년 전부터 상체, 골반 회전 운동하면서 거리 늘어
"장타치면 짧은 클럽으로 그린 노릴 수 있어 수월"

김희준. (사진=KLPGA)
[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데뷔전 첫 티샷으로 340야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괴력의 장타자가 등장했다.

8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1시즌 개막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7억원) 1라운드 1번홀. 400야드의 파4 홀에서 신인 김희준(21)이 친 공이 뒷바람을 타고 페어웨이 한복판을 가르며 날아가더니 340야드 지점에서 멈췄다. 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60야드였고, 가볍게 2온에 성공했다. 약 7m 거리의 버디 퍼트는 홀을 벗어났지만, 호쾌한 장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희준의 장타는 4번홀에서 다시 나왔다. 486야드의 파5 홀에서 티샷을 300야드 보낸 뒤 그린까지 243야드를 남기고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2온을 노렸다. 공은 그린을 지나 250야드 지점에 떨어졌지만, 세 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이면서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다. 가능한 한 멀리 쳐놓고 짧은 클럽을 이용해 공을 홀에 가깝게 붙여 버디를 잡아내는 전형적인 장타자의 공략법이다.

KLPGA 투어에선 장타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1위를 지킨 김아림은 2020년 259.5야드, 2019년 262야드, 2018년 259야드를 기록했다.

2017년 이나경 264야드, 2016년 박성현 265야드로 270야드 시대 개막을 예고하는 듯하더니 오히려 뒷걸음쳤다. 같은 기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선 드라이브샷 평균거리가 약 10야드 늘었다. 2017년 청야니가 275야드로 장타 부문 1위에 오른 이후 2019년과 2020년엔 앤 밴 담과 비앙카 파그당가난이 283야드를 기록했다. 올해는 시즌 5개 대회 종료 기준 평균거리 283야드로 2위에 올라 있는 패티 타와타나낏이 시즌 첫 메이저 대회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나흘 평균 323야드의 장타를 앞세워 메이저 퀸이 돼 장타자 전성시대를 열었다.

김희준이 개막 첫 경기부터 두 번이나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뿜어내 KLPGA 투어에서도 시원스런 장타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날 버디와 보기를 3개씩 주고받아 이븐파 72타로 경기를 마친 김희준은 “원래 멀리 치는 편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바람의 영향으로 더 멀리 간 것 같다”며 “장타를 치면 경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데 무엇보다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어 훨씬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희준의 장타는 앞서 KLPGA 투어를 호령한 김아림(175cm), 박성현(171cm)과는 다른 방식이다. 김아림과 박성현이 170cm가 넘는 큰 키를 바탕으로 궤적이 큰 스윙으로 장타를 치는 스타일이라면, 김희준은 165cm의 평범한 체구지만, 강한 회전력을 이용한다. 다시 말해 타고난 힘이 아닌 몸을 쓰는 법을 터득하면서 장타자가 됐다.

김희준은 “주니어 시절까지는 그렇게 멀리 치는 편은 아니었는데 2019년부터 거리가 15야드 정도 늘었다”며 “상체와 골반 회전 운동을 많이 하고 스윙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정확하게 치다 보니 거리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데뷔한 김희준의 공식 드라이브샷 거리는 아직 기록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멀리 친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평균 255~260야드 정도 친다”고 했다.

김희준의 목표는 LPGA 투어 진출이다. LPGA 투어의 코스는 국내의 골프장보다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어서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김희준과 잘 맞을 수 있다.

김희준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가 된 이후에도 아직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해 크게 주목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2018년 점프(3부) 투어 상금랭킹 42위를 시작으로 2019년 드림(2부) 투어 상금랭킹 27위,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랭킹 8위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장타라는 확실한 무기를 가진 만큼 올해 KLPGA 투어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기대된다.

김희준이 8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 9번홀(파5)에서 페어웨이 우드로 2온을 노리고 있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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