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감자·홍게로 억대 매출”…강원도 살리는 소상공인들

김경은 기자I 2023.09.27 09:45:44

[라이콘을 만드는 사람들]②
강릉 로컬 크리에이터 만나보니
농가·어민과 함께 특산물 상품화
지역 특산물 알리고 상권 살리고

[강릉=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감자, 홍게, 활어 등 강원도 특산물이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다. 상품성이 없는 못난이 감자는 ‘힙한’ 감자칩으로, 수출 과정에서 버려지던 홍게 껍데기는 이국적인 맛을 내는 소스로 다시 태어났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지역 특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서다.

김지우 더루트컴퍼니 대표가 26일 강원도 강릉시 31건어물에서 진행된 강원 지역 로컬 크리에이터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지난 26일 강원도 강릉시 31건어물에서 강원 지역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만났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상공인들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들을 ‘라이콘’(라이프스타일·로컬 분야 유니콘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지난 3월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에 참여할 소상공인을 350개사를 모집해 오디션을 거쳐 라이콘으로 성장할 소상공인 105개팀을 선발했다. 이중 △더루트컴퍼니 △동해형씨 △러브마린 △미트컬쳐 △31건어물 등 5개팀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2021년 설립된 더루트컴퍼니는 강원도 감자를 활용해 로컬 브랜드를 개발하는 농식품 스타트업이다. 지역 감자 명인 및 농가와 함께 감자의 종자인 씨감자를 재배·수확하고 상품화한다. 즉 ‘감자의 가치 사슬’을 관리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더루트컴퍼니’는 생산·수확 과정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농가로부터 매입해 ‘포파칩’이라는 감자칩을 만들고 자체 유통 매장 ‘감자유원지’에서 판매한다. 감자유원지에서는 감자를 활용한 음식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감자유원지에는 연간 6만명이 다녀갔고 지난달에만 1만2000명이 찾았다.

김지우 더루트컴퍼니 대표는 “감자 재배 농업인들의 고령화, 수확량 감소, 시세 불안정 등 감자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다”며 “2020년 이후 2년간 (더루트컴퍼니와 거래하는) 감자농가 매출은 평균 24% 증가했고 비규격품 감자 63t을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새활용)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동해형씨’는 동해안에서 잡은 수산물을 이용해 반려동물 전용 식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생선은 고양이 먹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강아지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생선 간식을 내놨다. 고성군 일대에서 잡은 물고기를 수작업으로 손질하고 건조해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며 고객들의 신뢰를 쌓았다. 그 결과 2020년 회사 설립 이후 매년 300%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은율 동해형씨 대표는 “채소나 육류는 육지에서 재배·사육할 수 있지만 수산물은 배를 타고 나가야 구할 수 있어 반려동물에게까지 소비되기는 어려웠다”며 “동해형씨는 반려동물 식문화를 바꾸고 있다. 앞으로도 강원도의 귀한 수산자원을 가치 있게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브마린’은 속초 홍게를 이용해 가정간편식(HMR)을 제조·유통하는 기업이다. 이시현 러브마린 대표는 수입 대게와 킹크랩을 주로 유통했으나 지역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사업 아이템을 전환했다. 속초는 전국 홍게 생산량의 40%를 차지하지만 지역에서 소비되지 못해 전체 90%가 수출된다는 점에서다. 이 회사는 이후 홍게를 활용한 도시락과 게장 등을 판매하며 1년 만에 매출 4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홍게 껍데기를 활용한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찬일 셰프와 의기투합해 갑각류를 버터와 함께 끓여 만드는 프랑스 정통 방식의 비스크 소스를 홍게 껍데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대표는 “홍게를 내수 활성화하는 데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지금까지 단순히 밀키트를 개발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홍게 껍데기 등 해양 부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를 만들어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성공이 지역 상권 활성화는 물론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기웅 중기부 차관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사업이 잘 돼서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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