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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우려에…카카오·하이브 '쩐의 전쟁' 끝냈다

김국배 기자I 2023.03.12 16:11:39

한 달여만에 막 내린 치킨 게임
하이브 "인수가격 적정범위 넘었고, 주주가치에 부정적"
카카오에 경영권 내주는 대신 플랫폼 협력
카카오 예정대로 공개매수…"하이브와 다양한 협력 이어가기로"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윤기백 기자]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두고 벌인 ‘1조원 대 쩐의 전쟁’의 승자는 카카오(035720)가 됐다. 12일 하이브(352820)는 카카오와의 합의에 따라 “SM엔터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카카오가 경영권을 가져가고, 하이브는 플랫폼 관련 사업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지난 한 달여간 이어온 치킨 게임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좌)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경기침체 속 “이러다 다 죽어” 쩐의 전쟁 스톱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던 양측이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카카오는 하이브의 SM엔터 지분 25% 공개매수(주당 12만원)가 실패로 결론 나자, 곧바로 주당 15만원에 3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들어가는 돈만 1조2500억 원에 달한다. 그 직후 주가는 16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업계에선 SM엔터 주가가 15만 원 넘게 올라가면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하이브도 이날 낸 입장문에서 “카카오의 추가 공개 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에 대항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건 하이브의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에 비해선 자금 여력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양측의 머니게임에 시세조정 등 불공정행위가 없었는지 살펴볼 것으로 전해지는 등 규제 부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사내 이사)는 입장문에서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했다.

하이브·SM엔터 협력은 향후 구체화

카카오는 우여곡절 끝에 ‘지식재산권(IP)의 원천’인 SM엔터를 품에 안으면서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기존 전략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비욘드 코리아’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카카오는 지난해 2021년 기준 10% 내외인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내 30%대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SM 경영권 인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상장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이브는 더이상 SM엔터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진 않고, 플랫폼 관련 사업 협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날 하이브가 보유한 SM 지분(15.78%)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가 이번을 기회로 카카오라는 또 다른 대형 플랫폼과 협업한다면 ‘실익’이 없진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위버스에서 SM이 보유한 K팝 아티스트와 콘텐츠 등 IP 활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 관계를 고려한다면 협업에 한계는 있을 거라는 시선도 있다. 하이브는 이미 네이버와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구축하는 등 동맹을 맺고 있다. 위버스의 2대 주주도 네이버다.

이날 카카오 측은 하이브와 구체적인 협업 내용을 공개하진 않고,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우선 오는 26일까지 예정대로 공개 매수를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의 사업 협력 계획을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기존 입장대로 SM엔터의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SM엔터의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카카오엔터의 IT와 IP 밸류체인의 사업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IP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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