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순도 84% 우라늄 농축…“핵무기 제조 가능 수준”

방성훈 기자I 2023.02.20 09:37:41

IAEA, 이란서 순도 84% 농축 우라늄 발견…역대 최고
이란 "고농축 입자 발견됐다고 생산한 것은 아냐" 반박
IAEA 의도적 생산 여부 조사중…내달 이사회서 논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내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두 명의 고위 외교관을 인용,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지난주 이란에서 순도 84%의 농축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역대 최고 농도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 제조에는 순도 90% 이상인 농축 우라늄이 사용된다. 하지만 IAEA는 우라늄 농도가 60% 정도만 돼도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엔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JCPOA를 ‘빈 껍데기’라며,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몇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IEAE는 이달 초 이란이 지하 농축시설에서 보고되지 않은 핵 작업을 수행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견된 농축 우라늄의 순도가 공식 보고와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이란이 마지막으로 IAEA에 우라늄 농도를 보고한 것은 작년 4월이다. 당시 이란은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것이라고 통보하며, 나탄즈 핵시설 등의 원심분리기가 해당 수준의 농축 우라늄까지만 생산토록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핵 관련 활동을 진전시킬 때마다 일반적으로 해야 하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이란과 서방 국가들이 체결했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파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란은 2015년 서방 국가들과 핵합의 타결 전까지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했지만, 합의 이후엔 농축 농도를 3.67%까지 낮췄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2019년부터 농축 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핵합의를 되살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핵협상에 참여중인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이 우라늄을 80% 이상 농축했을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온뒤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것은 전례가 없는 극도로 심각한 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기구(AEO) 대변인은 “순도 60% 이상의 우라늄 입자가 존재한다고 해서 6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사실에 대한 비방 및 왜곡”이라고 일축했다.

IAEA는 현재 이란이 어떻게 우라늄 농축 농도를 84%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의도적으로 생산한 것인지, 원심분리기 수백개를 연결하는 파이프 네트워크 내부에 의도치 않게 축적된 것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IAEA는 다음 달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이란의 핵 활동을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며, 이를 위해 분기별 이란 세이프가드(안전조치)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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