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현물출자를 받으면 13조~14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 설비와 투자 등에 저금리 대출이나 보증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업 입장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미국·일본 같은 곳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현재 산업은행의 자본금 한도는 4조원가량 남아 있는데 이것부터 빨리 채워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정부는 산업은행에 2조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물을 출자했다. 작년 말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3.70%로 규제기준(13%)을 간신히 넘긴 상태에서 이를 통해 BIS비율을 개선했다. 지역활성화투자펀드와 혁신성장펀드 등에 쓰일 재원 마련 목적도 있었다. 이번에 추가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산업은행의 BIS비율 개선도 기대된다.
다만 현금출자가 아닌 현물출자인 만큼 산업은행으로서는 외부에서 필요한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즉 1조 5000억원이 현금출자이고 필요한 대출 규모가 13조원이라면 현금출자 분을 제외한 11조 5000억원을 조달해 시장에 공급하면 된다. 하지만 현물출자라면 필요한 자금을 100% 외부에서 수혈해 공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달비용이 상승한다. 결국 산업은행의 이익 일부를 희생해야만 저금리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 추가 증자설에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한 지원을 위해 증자 등과 관련한 논의는 이전부터 계속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규모 등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