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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①위기 이후, 인플레가 문제다

김윤경 기자I 2009.06.11 10:49:10

인플레 우려 커져..출구전략 도마 위
美국채수익률 급등 + 모기지 금리 상승..회복 저해할 수도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소방수 생존의 최우선의 원칙은 "나갈 길을 알아두라"는 것이다. 똑같은 원칙이 금융위기 진화에 나섰던 전세계 중앙은행들에게도 요구되고 있다.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함께 이례적인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펼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를 중심으로 이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모습이다. 슬슬 걱정거리가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옮겨갈 조짐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벤 S. 버냉키 연준 의장을 비롯, 연준내 인사들은 위기 진화에 초점을 두었던 때와 현저하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에 대해선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편인 독일 총리까지도 연준과 영란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등에 비판의 화살을 날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너무 느슨해진 통화 정책의 허리띠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인플레 걱정 커진다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과 함께 연준과 BOE, ECB가 풀어 놓은 막대한 유동성은 이제 경기 회복의 싹(Green Shoot)를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이 대세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쳐 인플레를 유발해 버리면 회복의 싹은 피기도 전에 짓밟혀 버릴 수 있다. 
 
이미 주가와 상품가격, 국채 수익률 등은 경기회복 희망을 먹고 들썩인다. 자산 버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인플레 먹구름을 본격적으로 걱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아래) 및 30년물 모기지 고정금리(위)

연준은 지난 3월18일 3000억달러의 채권을 오는 9월까지 사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채권도 2000억달러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12월까지 모기지 채권도 살 계획. 모두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장기 금리를 내리고자 유동성을 직접 `주사`했던 조치였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3%대에서 2%대 초입까지 내려와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국채 수익률은 올라 4%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연준은 10일에도 2019년 8월 만기 채권 35억달러를 매입했다.

수익률 상승은 과잉 공급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플레 기대심리가 큰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물가연동채권(TIPS)은 현재 인플레율 2%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거의 제로(0) 수준에서 크게 올랐다.

국채 수익률 상승과 함께 모기지 금리도 크게 뛰고 있다. HSH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10일 현재 30년물 모기지 고정금리는 5.79%로 2주 전 5%에서 급등했다. 이것이 리파이낸스 수요를 해치면 결국 미 경제 회복의 관건인 주택 시장도 다시 고꾸라지고 말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미 모기지 대출이 줄어들고 있다.
 
◇ 버냉키의 변화·메르켈의 지적..G8 재무회담 화두도 출구전략
 
버냉키 연준 의장의 키워드도 바뀌었다. `위기` 대신 `재정적자`를 들어 이제 연준의 입장이 바뀌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 벤 S. 버냉키 미 연준 의장



버냉키 의장은 지난 3일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최근 장기 국채 수익률과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는 건 대대적인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며,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 변화에 나설 것임도 못박았다.
 
그는 "재정지출을 줄이든 세금을 올리든 재정 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연준은 더 이상 (국채를 찍어 행하는)재정적자의 화폐화(monetization)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위기 진화의 소화기를 내려놓고, 이제 출구를 찾아 나갈 것이란 의미다. 관련기사 ☞ 버냉키 의장 `재정적자 우려` 발언 의미는
 
때 마침 같은 날 토마스 호니그 미국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도 "연준이 이제 긴축으로 선회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위기 대처에 너무 나서서 이것이 또 다른 파열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경고했다. 관련기사 ☞ 獨총리의 이례적 중앙銀 비판.."美연준·ECB 너무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12~13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G8)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출구 전략이 주요 어젠다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논의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지만 일단 정부 재정 지출과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펌프질이 불러온 인플레가 경기 회복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당위성 정도는 얘기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은 구체적인 출구 전략 고민에 나서고 있는 것에 비해 각국 정부의 출구 전략 언급은 거의 없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 강등 이후 미국도 재정적자를 크게 줄이겠다고 언급한 정도가 거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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