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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발레리나' 자하로바 출연 '모댄스', 결국 공연 취소

장병호 기자I 2024.03.15 09:32:42

공연기획사 "아티스트·관객 안전 우려로 결정"
푸틴 측근 출연에 우크라이나 "침략 정당화" 반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가 출연 예정이었던 공연 ‘모댄스’가 우크라이나 측의 반발 등으로 결국 취소됐다.

다음달 공연하는 ‘모댄스’에 출연하는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사진=인아츠프로덕션)
공연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은 15일 “부득이하게 ‘모댄스’ 2024 내한공연을 취소하게 됐다”며 “팬데믹 이전부터 기획해 오랜 기간 준비하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왔으나, 최근 아티스트와 관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 및 예술의전당 요청으로 합의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댄스’는 오는 4월 17일과 19~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일 공연이었다. ‘모댄스’(MODANSE)는 프랑스어로 ‘패션’(Mode)와 ‘춤’(Danse)를 합한 단어로 두 편의 단막 발레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과 ‘숨결처럼’(Come un Respiro)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자하로바는 패션 디자이너 겸 사업가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가브리엘 샤넬’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자하로바는 무용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번이나 수상한 살아 있는 발레계의 전설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이지만 푸틴 대통령의 문화계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일원으로 연방의원을 지냈고, 러시아 국가예술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푸틴과 각별한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 극장 총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지난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연 취소를 촉구했다.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다양한 의견과 문화 교류의 포용성을 존중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정권 및 그 문화계 인사들과의 문화 협력을 중단할 것”을 밝혔다.

이번 ‘모댄스’ 공연 취소가 상반기 예정돼 있는 다른 러시아 발레 무용수 출연 공연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4월 16~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이 열릴 예정이다.5월 16∼19일에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마린스키발레단, 볼쇼이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베를린슈타츠발레단 등 6개 발레단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공연 ‘발레 슈프림’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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