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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가치 더 떨어지나…해외로 눈 돌리는 美투자자들

방성훈 기자I 2020.11.29 14:58:45

美 달러인덱스 92 밑으로 뚝…2년만에 최저
월가 "내년 더 떨어질 것"…씨티 "20% 추가 하락"
"美투자자 해외자산으로 눈 돌리면 하방압력 가중"
“재봉쇄·백신접종 지연·부양책 축소시 폭락 없을 것” 반론도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가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만 해도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강세를 보였으나, 곧 백신이 출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낙관적으로 변했다.

월가에선 달러화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달러화 약세는 미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美달러 가치, 2년만에 최저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가 지난주 92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며, 올해 3월 고점과 비교하면 10.5% 떨어진 것이다.

내달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부추기며 달러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꽁꽁 숨겨놨던 현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쏟아졌다. 특히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에게 뭉칫돈이 몰렸다. 달러화 약세가 가격경쟁력을 높이는데다, 백신 출시 후 경제가 회복되고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면 매출 급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막대한 물량의 달러를 푼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불확실성이 걷힌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다.

월가 “내년 더 떨어질 것”…씨티 “20% 추가 하락”

씨티그룹은 내년 달러화가 20%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근 미 정부의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대규모 ‘쌍둥이’ 적자를 보이고 있고,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크게 확산하면서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 것이란 진단이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2002년 20% 가까이 하락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쌍둥이 적자 규모가 상당했고, 미 주식·채권 투자자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 때와 마찬가지로 비달러화 자산 매입이 늘어나면 달러화가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씨티그룹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WSJ은 코로나19 백신이 성공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덜 적대적인 무역정책을 취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이 아닌 저평가된 자산을 사려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피델리티의 살만 마흐메드 글로벌매크로 본부장은 “달러화가 과도하게 넘쳐난다. 상황이 좋아지고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는 상태)이 되면 유동성은 더 위험한 자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WSJ 홈페이지 캡쳐)
“재봉쇄·백신접종 지연·부양책 축소시 폭락 없을 것” 반론도

골드만삭스와 ING도 향후 1년간 달러화가 각각 6%, 10%의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뮬러-글리스먼 자산전략가는 “달러화는 상당히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미 자산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미 주식가치가 너무 높아졌다. 또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자율, 여기에 글로벌 경기 회복까지 모두 달러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봉쇄조치가 이어지거나 달러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실제 접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달러화가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 규모가 미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제동으로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면 위험자산의 매력이 떨어져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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