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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또 문책경고 중징계‥징계수위는 한단계 감경(종합)

장순원 기자I 2021.04.09 09:24:33

금감원 라임펀드 제재심서 한단계 감경 결정
금융위가 최종 결정‥징계수위 낮추기 올인
신한은행 22일로 미뤄‥진옥동 징계에 촉각
"금감원이 중징계 앞세워 책임 회피" 지적도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애초 통보된 징계 수위보다 한 단계 낮아졌다고 해도 중징계를 피하지는 못했다.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대규모 소비자피해를 일으킨 라임 펀드를 부실하게 판 책임을 물은 것이다. 금융위원회를 거쳐 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의 연임이 제한돼 지배구조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우리금융과 함께 심판대에 오른 신한은행도 이번 제재심 결과를 주목하며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사활을 걸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8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어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그가 과거 우리은행장 맡았던 시절, 은행이 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해서다. 우리은행의 경우 라임펀드 판매 금액(3577억원)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는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분류되며 이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금감원 검사국은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팔아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봤다. 우리은행은 펀드 위험성을 평가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위험성을 측정한 결과이며 경영진에 보고조차 안됐다고 맞섰다.

제재심 위원들은 3차례에 걸친 제재심 과정을 거치며 결국 검사국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애초 손 회장에게 통보한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내려갔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피해자의 손실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게 반영됐다. 우리은행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피해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분쟁조정안과 손실 미확정 펀드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했다.

제재심이 의결한 업무 일부정지가 확정되면 우리은행은 당분간 사모펀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고 1년간 신사업 진출에도 제한이 생긴다. 특히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이후 1년 사이 다시 중징계를 받아 리더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굴지의 금융지주 CEO가 금융당국의 연속 중징계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결정한 제재는 사안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우리은행 측은 금융위에서 징계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정보취득이 제한된 판매사로서 라임펀드의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을 금융위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징계안이 그대로 결정될 경우 손 회장은 또 행정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처분을 받자 징계 자체를 무효화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과 함께 라임펀드를 팔아 제재대상에 오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의결은 오는 22일로 미뤄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우리은행과 쟁점이 다른데다, 라임 CI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오는 19일 예정돼 이 결과를 본 뒤 징계수위를 결정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은행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하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에는 문책경고의 중징계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가 사전통보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징계수위를 낮추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 중 한 명인 진옥동 행장 역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임기 종료 뒤 금융권 재취업이 막혀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중징계가 지나치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금감원이 제대로 시장과 금융회사를 감독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는데 금융회사만 엄하게 처벌해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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