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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0.5% 성장…우크라·中봉쇄 탓에 2분기 성장률은 추락"

최정희 기자I 2022.04.24 14:09:00

[GDP폴]②전기비 0.5%·전년동기비 2.8% 성장
전문가들, 연간 성장률 2.7%로 하향 조정
1분기엔 소비 약해도 반도체 등 수출 선방
순수출은 흔들…수출액, 전분기 2.2%↓·수입액 2.6%↑
2분기엔 성장률 더 하락할 듯…4월 對中 수출 감소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고 중국은 `제로 코로나`로 상하이 등 주요 지역을 봉쇄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들이 쌓이고 있다. 이런 악재에도 1분기엔 경제가 전기대비 0.5% 성장해 선방할 것이란 설문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2분기엔 우크라 전쟁과 중국 봉쇄 조치에 따른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지표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폐지에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대출금리가 오르고 물가는 높은 가운데 고(高)물가를 의식한 추가경정예산 규모 축소로 인해 경기를 떠받칠 요인이 약해지고 있다. 이에 올 성장률 전망치도 2.7%로 석 달 전(2.9%)보다 낮아졌다.

1분기 0.5% 성장으로 선방하나 최악은 ‘마이너스’

이데일리가 26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10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분기 GDP 전분기 성장률은 0.5%(중간값)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 1.2%에서 0%대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동기비로도 작년 3, 4분기 4%대에서 올 1분기 2.8%로 내려 앉을 전망이다.

미국의 빠른 긴축, 우크라 사태, 중국 봉쇄 등 각종 가시밭길 속에서도 성장세 0.5%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선방한 것이란 평가다. 델타 변이가 확산됐던 작년 3분기 0.3% 성장보다 더 높은 수치다.

수출은 1분기까지는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3월 수출액인 634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를 고려하면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분기 무역수지는 40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수출액은 작년 4분기 대비 2.2% 감소했다. 수출 물량은 4.4%로 수출액보다 더 줄었다. 우크라 전쟁으로 3월 러시아·우크라 수출액이 1년전보다 각각 40%, 95% 이상 줄었지만 수출 전체를 흔드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러시아 수출비중은 1.5%(작년)에 불과하다. 반면 유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입액은 2.6% 증가했고 수입 물량은 0.6% 감소하는 데 그쳤다.

3월말까지 오미크론 확산이 심해진 탓에 소비도 위축됐을 것으로 전망됐다. 소매판매는 1~2월 평균 전월비 1.0% 감소했고 3월에도 감소세가 전망된다. 3월 자동차 내수판매량이 전년동월비 16.5%나 급감했다. 할인점 매출액은
*레인지 전망을 한 경우 하단을 숫자로 표기, 전망하지 않은 경우엔 빈칸으로 남겨둠 (출처: 각 회사)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고 카드 승인액도 두 달째 7%대 증가에 그쳤다. 공급 병목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투자도 부실한 편이다. 설비투자는 1~2월 평균 전월비 1.8% 가량 감소했고 건설기성도 4.5% 줄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까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분기 때 전쟁 등의 영향은 없었고 수출이 그나마 좋았다”면서도 “작년 4분기가 좋았던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이거나 0%대 초반, 좋으면 0%대 중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2분기엔 성장률 더 하락…하반기엔 의견 분분

더 큰 문제는 2분기부터다. 2분기 때는 전쟁과 중국 봉쇄 조치 영향, 미 긴축 등 각종 우려가 지표로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4월 1~20일 대(對)중국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대중국 수출만 보면 전년동월비 1.8% 증가했는데 대홍콩 수출은 무려 32.3%가 급감했다. 홍콩 수출 대부분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봉쇄 조치 영향이 수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홍콩 수출은 전체 수출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면서 수출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성장률을 3.6%로 1월 전망보다 0.8%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성장률이 일제히 하향 조정되고 유가가 많이 올라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고 중국이 봉쇄를 푼다고 해도 민간부문 체력이 별로 좋지 않아 수출이 힘이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폐지로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 전체가 성장세를 이끌 만한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는 낮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방역조치 해제는 긍정적이나 물가 상승, 높아진 금리 수준에 따른 가처분 소득 제한으로 극적인 소비 증가가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경기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4분기 가면 전기비로 마이너스 성장이 나올 수도 있다”며 “경기 선행지수가 하락하는 국면에선 수출이 전년동기비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 99.8로 기준선(100)보다 꺾였을 뿐 아니라 8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반면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한다 해도 유가가 진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세상으론 성장률이 1, 2분기 떨어졌다가 3, 4분기 약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을 거 같긴 하나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중국의 10월 당대회 등 양국의 정치 이벤트가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미·중 간 갈등으로 하반기가 더 나쁠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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