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 전제로 손 내민 美…北 호응할까

정다슬 기자I 2021.05.05 13:57:00

5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예정
美대북정책 검토 결과 놓고 3각 공조 협의
강력한 '제재 이행' 유지하며 외교적 문 열어둬
당분간 북·미 기싸움 불가피할 듯

(왼쪽부터) 정의용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사진=이데일리, AFP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 검토를 끝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공개되고 이에 따른 한·미·일 3각(角) 공조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외교’에 나설 수 있다는 윤곽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 재개의 열쇠는 다시 북한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미국을 향해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천명하며 대북 정책 철회를 요구했던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일 외교장관 첫 대면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대면회의를 가진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은 지난해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바이든 정부 이후 첫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자, 정 장관으로서는 지난 2월 취임 이래 처음으로 모테기 외무상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간 대북정책은 한·미·일 3각 공조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에 한국과 일본은 동조하면서도 복잡한 양국관계 사정으로 대면회담은커녕, 전화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회담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미·일이 만나 한반도 문제를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하에 다룰 것이란 기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만큼 북한으로서는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이 형성된 셈이다. 미국은 여기서 중국까지 이같은 대북정책에 참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빅딜’도 ‘전략적 인내’도 아닌 제3의 길

미국의 대북정책 방점은 ‘외교’와 ‘제재 이행’에 찍혀있다. 블링컨 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확실하게 외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외교에 참여할지 말지는 북한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외교적으로 풀어갈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향후 수일, 수개월 동안 북한의 말과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외교적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젠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에 집중하지도,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정책은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도 아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사실상 ‘방임’도 아닌, 제 3의 길을 예고한 셈이다. 정 장관은 3일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이같은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

종합해보면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때마다 일부 제재 완화 등 대가를 제공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다만 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맹국을 통해 단호한 억지(stern detterence)를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즉, 검증 가능한 제대로 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제재 완화도 없다는 것이다.

3일 밤 열린 G7 외교·개발장관회의 만찬 자리에서 참여국들은 북한과 이란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北, 이례적 연쇄 담화로 ‘대응조치’ 예고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2일(한국시간) 북한은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외무성 대변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를 연이어 발표하며 “상응조치를 강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경고 담화가 향후 도발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명분 쌓기’로 보고 있다. 이미 북·미 기 싸움은 시작됐다는 것이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북한은 이미 언급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 국제관광기구 해체,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실제 행동에 옮기며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대남압박을 통해 행동으로 옮기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의제를 최우선 순위로 올리기 위해 노력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1면에서 “전후복구건설시기와 천리마 시대 영웅의 투쟁정신을 배워야 한다”며 김정은 북한 당 총서기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