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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팔고·줄이고..조선 빅3 6조 ‘구조조정 박차’

최선 기자I 2016.05.22 13:45:49

생산직 희망퇴직·방산부문 상장..자구안 짜낸 조선 빅3
2조원대 자구안 현대重·대우.."그룹지원" 압박 삼성重

울산 앞바다에서 선박이 지나가면서 생긴 파도 너머로 현대중공업의 대형 크레인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우리나라 조선 산업을 이끌어온 대형 조선업체 3곳이 생존을 위해 총 6조원 규모의 긴축경영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인력감축이다. 3개사를 모두 합치면 그 규모만 6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매각과 시설 투자 축소 등 다양한 방안도 자구안에 담겼다. 호황기 시절 도크의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바다 위에 도크를 띄워 건조에 나서던 한국 조선의 자존심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선 빅3 자구안 6조 달해..인력감축·자산매각 등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현대중공업(009540)을 시작으로, 삼성중공업(010140)대우조선해양(042660)이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하는 등 조선 빅3 모두 자구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규모로 따지면 대우조선이 2조5000여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 2조여원, 삼성중공업 1조5000여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자구안에 인력 3000명을 줄이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사무직 구분 없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먼저 희망퇴직 접수가 시작된 사무직의 경우 500여명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고, 현재는 기장급(사무직 과장급 해당) 이상의 생산직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접수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비핵심 사업인 금융 계열사, 호텔 사업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봇 기계 등 분야를 분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지자 현재 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계열사에서는 사무직 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어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0월 1차 자구안을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0일 2차 자구안을 제출했다. 1차 자구안 1조8500억원 규모에 이번 2차 자구안에는 7000여억원 규모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중국 선박블록 공장을 매각하는 등 설비 축소·해외법인 매각·청산 방안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의 자구안에는 알짜 사업부문인 특수선사업부를 자회사로 전환해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이 담겼다. 향후 상장한 후 30% 지분만 매각해도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차원 지원책 필요하다는 요구도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도크 폐쇄, 거제삼성호텔 매각 등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과 500여명 이상의 인력 감축 방안을 포함한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장기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주주의 추가 지원 없는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량 중 업황이 가장 좋지 않은 해양프랜트 비중이 66%에 달해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현대중공업(해양플랜트 비중 64%)이나 대우조선(45%) 보다 유동성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은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아 자구안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 측은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韓조선 자존심..플로팅 도크 매각도 거론

플로팅 도크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한편 한국 대형 조선업체의 자존심이자 첨단 건조기법인 플로팅 도크 매각도 거론되는 등 뼈를 깎는 자구대책도 나오고 있다. 조선 빅3가 보유 중인 25개 도크 중 9개는 플로팅 도크다. 삼성중공업이 5개, 대우조선이 4개를 갖고 있다.

플로팅 도크는 선박 주문이 밀리던 호황기에 고안해낸 건조공법으로 ‘바다 위에서 배를 만들자’는 발상이 담겼다. 세계 조선업을 견인하던 한국 조선업의 상징적인 자산인 셈이다. 플로팅 도크는 태풍과 강한 파도에도 바다로 떠내려가거나 출렁이지 않도록 설계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에 제출된 자구계획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어려워 그 규모나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 “수리시설을 건조시설로 전환시킨 플로팅 도크는 2000년대 호황기를 맞았던 한국 조선업체들의 자존심이었다”고 말했다.

각 조선업체의 자구계획을 제출받은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자구안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조선업체와 함께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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