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건설이슈]'이란'이라는 이름의 기회

김성훈 기자I 2016.01.23 14:10:03
△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현장 전경 [사진=현대건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에 도착했습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이란을 공식 방문한 것은 14년 만의 일입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이란의 새로운 경제 개발 기회를 잡기 위해 이란과의 협력 수준을 격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이란을 짓눌렀던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가 지난 16일 전격 해제되면서 세계 각국이 앞다퉈 이란과의 친목 다지기에 나선 것인데요.

대한민국 정부도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을 돕기 위해 금융 지원과 생산 협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와 함께 ‘이란 시장 진출 활성화 방안’을 의결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중동 건설 5위 시장이었던 이란 건설시장이 열리면서 건설사들도 바빠졌습니다.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해외 건설시장을 다시금 일으켜 세울 기회이기 때문이죠.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 421만 달러로 한 해 전(570억 8809만 달러)과 비교해 7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플랜트 등 산업설비 수주가 전년(439억 6300만 달러)대비 절반 수준인 234억 4000만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최근 들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중앙아시아·중남미·북미 등 사업지를 둘러보던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중동이라는 ‘수주 텃밭’에 승부를 걸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란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약 2000억달러(약 242조원) 규모의 플랜트와 인프라 사업을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이란 공략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12월 테헤란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 등이 이란 시장 공략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 12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해온 이력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 시장의 문이 열린 것은 호재임에 분명하다”면서도 “과거 시공 실적만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보다 새로운 방법으로 공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랜 경제제재로 자금이 부족한 이란은 대규모 공사의 경우 금융조달이 용이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로 발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PF 방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국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가 관건입니다. 벌써 국내 금융권에 지원 규모와 금리 검토 의뢰는 물론 대규모 자금 지원이 가능한 일본 금융권과도 접촉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240조원이 넘는 이란 시장은 우리나라 건설사에게도 기회이지만 해외 경쟁사에게도 기회일 것입니다. 차별화된 시장 공략을 위해 머리를 맞댈 시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올 연말 해외 건설 수주액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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