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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土 모일 것”…전광훈黨 이틀째 집회에 도심 ‘아수라장’(종합)

김대연 기자I 2021.08.15 18:25:35

국민혁명당, 15일 '문재인 탄핵 걷기 운동'
탑골공원-동대문역 통행 중 경찰과 실랑이
일부 마스크 벗고 바닥에 드러누워 '혼잡'
"합법적 '걷기', '산책' 했을 뿐…방해 말라"
당원과 경찰 간 갈등 격화…시민 통행 불편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대통령 나와! 다들 비켜, 길 지나가는 거 막지마!”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를 향한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광복절 황금연휴 둘째날인 15일, 전날에 이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이 방역당국의 집회금지 조치에도 ‘8·15 국민 걷기운동’을 강행했다. 1인 혹은 다수가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당원들은 마스크를 벗고 다녔고, ‘2m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인 걷기운동’이 아닌 사실상 집회를 벌인 탓에 당원들과 경찰 간 마찰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성주얼리시티 인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이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오전부터 ‘걷기운동’…방역지침 위반 시위로 변질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전 탑골공원-종로3가역-동대문역 방향으로 진행되는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경찰의 통제에 통행이 막히자 일부 참가자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여 오전부터 긴장이 고조됐다.

이날 국민혁명당 측은 현재 수도권에서 금지된 ‘대면예배’를 진행하며 방역수칙을 어긴 바 있다. 관계자들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오전 11시쯤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이후 대면 종교집회 금지명령을 다섯 번째로 위반한 것이다. 시·구청 직원과 경찰이 오전 10시 30분쯤 현장 점검을 위해 교회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교회 측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화문이 차벽 등으로 막히자 오후 1시쯤 종로구 탑골공원 쪽으로 시위대가 하나 둘씩 모였다. 참가자 10여명은 종로3가역 방향으로 가다 경찰에 가로막히자 “지나가는 걸 왜 막아! 민주노총은 안 막고 왜 우리만 막냐! 민주노총 ‘쫄따구’야”라며 경찰에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해산해 달라”고 하자 “대통령 나와라! 포위할 거면 포위해봐라”라고 맞받으며 충돌이 격해지기도 했다.

첫날에 이어 둘째날에도 주최측이 공언한 ‘2m 거리두기 간격’ 등 방역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광화문역 부근에서 참가자 약 8명이 팸플릿을 들고 모여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대통령 나와라. 코로나19는 사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르고 확성기를 이용해 “차라리 우리를 다 죽여라! 빨갱이 간첩아!”라며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인근 도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도심 집회를 통제하기 위한 차벽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혁명당은 오후 3시 당주동 새문안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절 도심 봉쇄·통행차단 등 불법행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김창룡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오는 17일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수정 국민혁명당 변호사는 “우리가 살인·방화·약탈이라도 했냐”라면서 “평화적으로 기자회견하고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걷기’, ‘산책’을 했는데 지금 최소 164명의 경찰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에는 종로4가 사거리 효성주얼리시티 상가 앞으로 장소를 옮겨 발언을 이어갔다. 이동호 국민혁명당 사무총장은 “(정부는) 전광훈 대표와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애국 시민들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주범이 될 거라고 협박한다”며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철벽처럼 막았지만 굴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계엄’이라는 성은 뿌리에서부터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 자유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이들이 있는지 계속 관찰하며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밀집하지 말고 신속히 귀가해 달라.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 곳에서 구호를 제창하면 안 된다”고 경고방송을 재차 이어갔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려고 하자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당원-경찰 충돌하는 사이…애먼 시민들만 발 묶여

이날 당원들과 경찰 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광화문 일대 도로가 막혀 연휴에 외출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집회금지 장소에 펜스가 설치돼 미로 같은 길을 통과해야 한 시민들은 방향을 헷갈려했으며 시끄러운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양천구 목동 주민인 유모(83·남)씨는 “어제 뉴스에서 보긴 했는데 이게 다 무슨 상황이냐”라며 “당황스러워서 얼른 집에 가야겠다”라며 발걸음을 바쁘게 옮겼다. 20대 김모씨도 “광화문역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친구를 만나면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종로4가 사거리에서 경찰과 충돌이 거세지자 시민들은 경찰에게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왜 통행을 막아놓은 것이냐”, “왜 우리만 이렇게 빙빙 돌아가야 하냐”며 불만을 표했다.

경찰은 이날 진행된 모든 집회·시위를 ‘변형된 1인 시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동원하고 시계와 한강 교량, 도심 등 81개소에 임시검문소를 운영했다. 경찰은 “여러 단체가 추진하는 집회·행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방역 기준을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국민혁명당은 연휴 첫날인 14일부터 광화문·종로 일대에서 기습 집회를 펼치는 중이다. 주최측은 당초 시위가 아닌 참가자 간 거리를 둔 ‘1인 걷기운동’이라고 강조했으나 경찰이 광화문 일대를 통제하자 탑골공원, 종로3가 등으로 장소를 옮겨 사실상 집회를 열였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벗고 침을 튀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면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14일에 이어 이날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은 16일에도 ‘1인 걷기 운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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