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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올해 2조 세제혜택 기대..현대차 美생산 속도낸다(종합)

하지나 기자I 2023.04.02 14:16:25

美 IRA 세부지침 공개..업계 "문제조항 없어" 안도
양·음극재 광물로 분류..韓서 생산해도 보조금 지급
핵심광물 中의존도 낮추고 완성차 美서 최종 조립해야
현대차, 리스 비중 확대..美신공장 가동 앞당겨 추진

[이데일리 하지나 박민 기자] 미국 재무부에서 공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대해 국내 업계는 우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산 양극재(양극 활물질)와 음극재(음극 활물질)로 제조한 배터가 들어간 전기자동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업체의 탈중국화와 완성차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게 됐다. 이에 배터리 핵심광물의 수입처 다변화, 북미 현지 전기차 생산 움직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숨 돌린 K배터리..“올해 2조 이상 혜택 기대”

2일 한 배터리사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세부지침을 살펴보면 특별히 문제될 조항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IRA상 세액공제 세부 지침을 공개하고 해당 규정을 4월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 중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50%(2029년 100%) 이상 쓰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와 일본 등에서 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40%(2027년 80%) 이상 사용한 경우 각각 3750달러씩 총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우려를 모았던 양·음극재는 배터리 부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은 이들 물질을 북미에서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아르헨티나, 호주, 인도네시아 등 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핵심광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경우에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보조금 대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한 첨단제조생산산세액공제(AMPC)에 따르면 광물과 부품 요건을 모두 충족시 배터리 셀의 경우 1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를, 모듈까지 생산하면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지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미국내 생산설비 시설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경우 올해 2조원 가량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내 △미시간주 단독 공장 5GW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1공장(오하이오주)40 GWh, 2공장(테네시주) 45GWh로 총 100GWh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온은 미국 내 조지아주에 있는 단독 공장 21.5GWh(1, 2공장 합산)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EV 트렌드 코리아 2023’을 찾은 관람객들이 국내외 주요 무공해차(전기·수소차)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얼티엄셀즈 1공장은 작년 9월부터, 2공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되면서 최대 가동률을 40% 정도로 가정할 경우 대략 1조8000억원, SK온도 1공장이 지난해 상반기, 2공장은 올해 가동을 시작해 최대 가동률 40% 기준으로 4000억원의 규모의 세제혜택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해말 개최한 배터리 얼라이언스 회의에서는 미국 IRA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가 2025년까지 최대 19조원의 세제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2025년부터 中핵심광물 불가..다변화 속도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광물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RA는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조달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재무부가 이날 규정안에서는 외국 우려 단체를 정의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중국 기업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체의 탈중국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컴파스미네랄과도 2025년부터 7년간 탄산·수산화리튬 생산물량의 40%를 공급받기로 했다. 앞서 호주, 칠레, 브라질, 독일 업체와 리튬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SK온도 호주 레이크소스의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을 2024년부터 최대 10년간 총 23만t을 장기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국내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와 중국 전구체 기업 GEM과 손잡고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 올해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포스코퓨처엠과 2032년까지 40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기아차 “리스 비중 최대한 확대”

아직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북미 최종 조립’ 법 조항이 기존대로 유지됨에 따라 당장에는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 비중을 최대한 확대할 방침이다.

리스용으로 판매하는 전기차는 IRA 예외조항으로 둬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해도 세제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미국내 상업용 리스 차량 판매 비중를 현 5% 미만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미국 조지아주에서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을 목표 시점인 2025년 보다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조지아 신공장은 연간 최대 30만 대 생산이 가능한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 생산이 이뤄진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전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해 지난 2월부터 GV70 전기차를 생산, 처음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 또한 미국의 조지아공장과 멕시코 공장에 전동화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상업용 자동차 세액 공제, 전기차 공장 세액 공제 등 IR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미국 전기차 생산 시점을 앞당겨 전기차로 전환을 가속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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