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신사업 진출 1년…LG이노텍, FC-BGA ‘메기’ 될까

이다원 기자I 2023.02.22 09:04:24

4분기부터 구미 신공장서 제품 본격 양산
정철동 “가장 잘 하는 분야” 자신감 드러내
기판 기술력 기반삼아 1년만에 양산까지
장기적으론 더 많은 투자 필요…내년 주시해야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지난해 2월 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 사업 진출을 선언한 LG이노텍이 올 하반기 신공장에서 제품을 양산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신사업에 나선 LG이노텍이 FC-BGA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가운데 업계는 내년부터 이노텍의 시장 진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경상북도 구미시 공단동 LG이노텍 구미4공장에서 열린 FC-BGA 신공장 설비 반입 행사에 정철동 사장(가운데)이 참석했다. (사진=LG이노텍)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011070)은 올해 4분기부터 구미 4공장에서 FC-BGA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 구미 FC-BGA 장비 반입식을 마친 LG이노텍은 현재 신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는 한편, 시제품을 고객사에 선보이며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서 공개한 고집적·고다층·대면적 FC-BGA 기판 신제품이 대표적이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FC-BGA 기판은 그동안 글로벌 1위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기판소재시장을 선도해온 LG이노텍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FC-BGA는 PC, 서버 등 반도체 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 기판이다. 주로 중앙처리장치(CPU)에 적용되며,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어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FC-BGA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은 오는 2030년에는 164억달러(약 20조2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판 업계 안팎에서는 LG이노텍의 FC-BGA 기판 개발 속도가 빠른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통상 시장 진출 이후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양산 단계까지 들어가는 것이 이례적이란 평가다.

앞서 RF-SiP, AiP 등 반도체 기판 제품을 생산 중이던 LG이노텍의 기술력이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이미 반도체 기판 등 후공정 산업에서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고 장비 역시 기존 것을 활용할 수 있다”며 “양산까지 걸리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객사 역시 기존 기판 고객사와 겹치는 만큼 안정적 거래선도 확보할 수 있다. LG이노텍 측은 “FC-BGA 기판은 기존 고객사와 주요 고객사가 대부분 일치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양산에 성공한 FC-BGA 제품의 경우 네트워크·모뎀용과 디지털TV용으로 업계는 해당 제품을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에 공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이노텍의 FC-BGA 기판 제품. (사진=LG이노텍)
다만 단기적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은 문제로 꼽힌다. 반도체 업황이 크게 침체하면서 부품사들의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문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39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품군 다양화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발표한 FC-BGA 투자 규모가 3년간 총 4000억원대인데 본격적인 제품과 라인 확장을 위해서는 투자금이 더 필요하다”며 “신제품 연구개발(R&D)에 쓸 돈도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돈을 더 써야 한다”고 했다.

이미 글로벌 기판 기업들은 FC-BGA 관련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 신코전기공업은 지난해 FC-BGA 제품을 생산 중인 다카오카 신규 설비를 위해 658억엔(약 6300억원)을 투입했다. 삼성전기도 2021년부터 1조9000억원을 투입해 FC-BGA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기판 업계는 LG이노텍의 FC-BGA 시장 진입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판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까지 FC-BGA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자체가 커질 것이 기대된다”며 “당장 올해 하반기 양산 이후에는 수율도 봐야 하고 내년부터 사업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