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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대신 친구, 귀향 대신 여행…20대 10명 중 6명은 '혼추족'

이슬기 기자I 2017.10.03 13:00:00

가족 부모(86.3%)와 자녀(83.8%), 배우자(82.1%), 형제·자매(76%) 순
고모(25.9%)·이모(26.5%)·외삼촌(24.3%) 등 30% 미만
알바천국 20대 10명 중 6명은 '올 추석 혼자 보내겠다' 답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보다 개인의 자율을 더 중시"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로 열린 ‘2016 aT 추석 전통차례상 차리기’ 행사에서 성균관대 유생들이 차례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아버지 고집이 워낙 세 어쩔 수 없이 내려가긴 하지만 친척들 틈에 ‘이방인’처럼 멀뚱히 앉아 있으려면 고역이죠.”

직장인 김모(27)씨는 “말로야 ‘가족’이지만 피가 섞였다는 것 외엔 사실 친구보다 먼 관계 아니냐”며 “명절이라고 의무적으로 일가 친척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건 스트레스”라고 푸념했다.

직장인 백모(31)씨 역시 “10년 전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뒤 줄곧 따로 지내다보니 친척들과 할 말도 별로 없다”며 “일로 바쁘다는 식의 핑계를 만들어서 설이나 추석 중 한 번만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옅어진 가족 관념…명절 역시 스트레스

전통 사회와 달리 ‘가족 해체’ 현상이 가속화 하면서 명절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른들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취업준비생이나 수험생이 아니어도, 가족 관념이 옅어진 젊은이들은 일가 친척들과 얼굴을 마주해야만 하는 명절은 스트레스 유발하는 요인이다.

실제 ‘가족’으로 생각하는 범위는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

정부가 5년마다 조사하는 국가통계조사인 ‘2015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범위는 부모(86.3%)와 자녀(83.8%), 배우자(82.1%), 형제·자매(76%) 순이었다. 친조부모와 외조부모까지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각각 42.8%와 33.2% 였다.

반면 아버지의 형제 및 배우자까지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5.3%에 지나지 않았다. 고모(25.9%)·이모(26.5%)·외삼촌(24.3%)까지 가족으로 생각하는 비율 역시 30% 미만으로 조사됐다.

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20대 회원 11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관련 설문조사 결과(사진=알바천국)
◇늘어나는 ‘혼추족’…팍팍한 현실도 한몫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않고 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20대 회원 11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 10명 중 6명은 올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때문’이란 응답이 27.2%로 가장 많았지만, ‘친척 및 가족들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란 이유가 23.4%로 두 번째로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응답도 전체 응답자의 12.2%에 달했다.

20대 응답자 10명 중 8명 정도(76.3%)는 명절날 가족 및 친척들의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 이모(25)씨는 “서로 할 얘기가 없으니까 어른들은 잔소리를 해서 얘깃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며 “명절도 휴일인데 잔소리에 시달려야 하는 게 짜증나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 농경시대와 달리 멀리 흩어져 거주하는데다 공동의 관심사나 목적이 희미해지면서 가족의 관념이 옅어져 생긴 추세로 보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이라는 관념이 과거보다 옅어져 명절에 일가 친척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등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로 생각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굳이 해야 하나’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도 불황이니 20대는 스펙 관리도 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 상황도 겹친 것 같다”며 “가족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든 현실도 한 몫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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