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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철의 성공창업 노하우](7)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조건

박철근 기자I 2020.08.14 08:30:00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경영학박사 신기철]
시대에 뒤떨어진 비즈니스 모델은 위험하다.

아날로그 필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서, 피처폰 세계 1위 기업인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서 역사 속으로 사려졌던 사례가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한 사례다.

반면 컴퓨터 제조에서 컨설팅으로 변신한 IBM, 기존 제조분야에 소프트웨어(SW)솔루션을 제공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은 시대흐름을 따라잡은 경우다.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지 못한 창업기업 또한 위태롭다. 지난 6월에 만난 한 창업가는 자동차 완구모형의 ‘모빌리티’를 소개했다. 유아에게 맞을 것 같은, 있으면 좋을 것 같은 ‘탈 것’이었다. 그에게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은지, 그래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존 유모차에 어린이용 자동차 기능을 더한 전동 모빌리티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질문에 그는 사업아이템으로 답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세 가지 질문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해 수익으로 연계할 것인가를 논리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문제점을 해결하고 반대급부로 돈을 받는 방안이다. 사업유형에 따라 판매수익, 광고수익, 수수료, 로열티, 임대수익 등으로 구분된다. 비즈니스 모델은 또한 고객, 상품, 채널, 수익 등의 관점에서 변화를 주면 기업의 수만큼 많아진다.

비즈니스 모델로서 가능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 누구인가?’, ‘문제점, 어떤 불편이 있는가?’, ‘가치, 어떻게 창출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것인가?’

우선 목표고객을 설정하고 현재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유모차를 만들고 싶다면 사용자와 구매자를 확정하고, 문제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이와 관련된 제품은 안전이 우선이다. 유모차의 안전가드, 브레이크, 차양막, 안전벨트 등에서 안전성을 요구한다. 거기에 기존 제품의 불편함까지 개선해 덜 번거롭게 해야 구매자인 엄마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유모차에 모빌리티 기능을 더해 유아에서 어린이까지 고객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동력을 넣는 것은 유모차 제품의 본질을 망각한 행위다.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만 집중해야 한다. 고객을 벗어난 사업계획은 ‘고객은 이런 걸 좋아할 것이다’라는 전제 아래 시작한다. 그리고 다른 회사는 이것을 못하는데 나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기논리가 출발이다. 관념적이고 막연한 접근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문제를 분명하게 보고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핵심역량을 키워 가치를 창출하고 제공해야 한다. 가치는 실용적 가치와 정서적 가치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가 안전함과 고통해소와 같은 것이라면 후자는 소중함이나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유모차라면 실용적 가치인 아이의 편안함과 정서적 가치인 엄마의 여유로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가치 창출과 전달이 있어야 비로소 고객의 지갑이 열린다.

처음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할 필요 없어

유모차가 아닌 완구형 모빌리티를 만들고 싶다면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따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가치제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창업가의 제품이 어떻든 고객은 이미 어디선가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 욕구를 자사제품으로 이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대체제가 제공하는 가치에 비해 상대적인 격차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창업가의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고객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면 그게 정석이다. 처음 비즈니스 모델을 무조건 밀고 나가는 것은 진짜 고객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더 위험하다. 다시 시도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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