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마켓 탈세마켓 될라…전문 판매업자 활개

전수한 기자I 2021.10.23 21:30:35

중고마켓 악용 전문 판매업자들 세금 한푼 안내고 장사
판매글 도배·GPS교란 프로그램으로 운영업체 차단 뚫어
"소득이 있으면 세금 내야..국세청 플랫폼 공동 노력해야"

중고마켓(중고거래 플랫폼)의 원조는 중고나라다. 그러나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했다. '업자'(개인이 아닌 전문판매업자)로만 가득한 '업자나라'라는 오명이 붙으면서다. 업자들이 조직적으로 판매글을 도배해 개인간 거래가 불편해지자 회원들은 중고나라를 떠났다.

그러나 당근마켓 등에서도 업자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이들은 개인 회원으로 위장해 반복적으로 판매글을 도배하고,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업자 차단막을 뚫기도 한다.

중고마켓에서 업자들은 지속적으로 수입을 올리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과세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중고마켓 과세' 안건이 나온 이유다. 이중과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지만, 탈세창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당근마켓에도 판치는 전문 판매업자...해킹 프로그램으로 차단 뚫어

개인과 구별되는 업자의 특성은 반복성이다. 이들은 자신이 취급하는 카테고리의 물품만을 반복적으로 거래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일회성으로 팔고 마는 일반 회원과 달리, 업자들은 구조를 갖추고 이익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사진=당근마켓)


중고마켓에서 업자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근마켓에서 '좋은친구'라는 닉네임을 쓰는 회원은 지난 7월 가입해 약 석달만에 300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대부분 핸드폰이다. '착한마음' 회원도 8월에 가입해 200개 가량의 핸드폰을 판매했다. 회원들은 이들을 당근마켓 고객센터에 신고했고 당근마켓측은 '전문판매업자' 로 판단해 이들을 제재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업자 전용 프로그램도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다. 게시글 도배·타지역 차단 등 중고마켓의 '업자 차단'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당근마켓은 지역기반GPS 시스템을 통해 '이웃간 중고거래'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GPS우회를 통하면 자신의 거주지 이외 지역게시판에도 판매글을 올릴 수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찾은 '당근마켓 프로그램' 홍보게시글에는 "당근마켓에 물건을 판매할려고 올리면 모든게 다 팔립니다. 안 팔리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판매하시는 셀러분들이 많습니다. (셀러들의) 수익이 엄청납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또 다른 프로그램 판매자는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메신저 '텔레그램'의 비밀대화방을 사용했고, 모르고 찾으면 관련자인지 알 수 없도록 닉네임을 아랍어로 위장했다. 판매자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당근마켓 지역락을 뚫어준다"고 소개했다.

상품에 대해 묻자 "업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통해 사후관리까지 철저하게 해드린다"라고 설명했다. 가격은 88만원이었다. 기자가 구매를 고민하는 척 시간을 끌자 대화내역을 전부 삭제한 뒤 대화방을 나가, 다시 접촉할 수 없었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프로그램 판매자와 접선했다. 판매자는 "당근마켓은 구매전환율이 매우 좋아 (이익이) 많이 뽑히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다양한 버전의 프로그램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사진=텔레그램)


중고마켓은 과세 사각지대..."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다"

중고마켓이 '탈세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중고마켓을 플랫폼 삼아 물건을 파는 업자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8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탈세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중고마켓은 과세 사각지대다. 거래 빈도·금액에 따른 과세기준이 없는 탓이다. 현행법상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 10%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사업소득이 발생했다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에 따라 6~4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반면 업자들은 반복적으로 수입을 올리면서도 사업자 등록조차 없어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해외는 이미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각국 대표 중고마켓을 살펴보면, 일본의 메루카리(メルカリ)는 1점 30만엔 이상의 귀금속·미술품 판매와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영리 활동에 대해 소득세가 부과된다고 명시한다. 프랑스 르봉꾸앙(Le boncoin)의 경우도 연간 수입이 305유로(원화기준 42만원)를 넘는 판매자에게 과세조항을 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득이 있으면 세금도 있어야한다. 그것이 정의이자 형평"이라며 "중고마켓에서 개인과 전문판매업자는 구별지어야한다. 전문판매업자를 가려내고 이들에게 세금을 물리기 위해, 플랫폼과 국세청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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