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악취..`림버거 치즈`<44>

전재욱 기자I 2021.08.14 18:00:00

美 소설과 영화에서 악취 소재로 쓰인 림버거 치즈
사람 발냄새와 같은 균으로 발효한 유럽 원산 치즈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소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을 쓴 미국 문인 마크 트웨인의 초기작 는 주인공이 추운 겨울 급사한 친구의 관을 옮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의 관을 고향으로 보내려고 열차에 싣고 떠나는 과정에서 다른 상자와 헛갈리게 돼 행선지가 뒤바뀐다. 그 상자에서 악취가 흘러나와서 시체가 썩는 냄새겠거니 싶었던 바람에 착각했다. 악취는 상자에 실수로 들어간 치즈 조각이 발산하는 냄새였다.

찰리 채플린이 1916년작 무성영화 ‘The Count ’에서 코를 막고 림버거 치즈를 먹는 연기를 하고 있다.(사진=유튜브 Happy Monks 캡쳐)
소설에 등장하는 악취 나는 치즈는 림버거(Limburger) 치즈다. 얼마나 악취가 셌던지 1916년 나온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The Count`에도 등장한다. 채플린이 손가락으로 코를 틀어막고서 먹는 치즈가 이 림버거 치즈다. 무성영화 특성상 대사가 없지만 말하지 않아도 공감을 얻을 만큼 림버거 치즈의 악취는 공감대가 넓고 깊다.

림버거 치즈는 길게는 15세기 유럽(지금 벨기에 근방)에서 기도하는 수도승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게 유래로 전해진다. 발효하고 첫달은 페타 치츠처럼 딱딱한 편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겉바속촉`으로 부드러워지는 게 특징이다. 그러면서 악취를 뿜는데 원인은 원유에 들어가는 `브레비박테리움 리넨스`(Brevibacterium linens) 효소다.

이 효소는 사람 발에서 냄새가 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이 리넨스 균과 같은 것이다. 림버거 치즈와 사람 발 냄새가 말라리아 모기를 꼬이게 하는 원인이 브레비박테리움 리넨스균이라는 걸 밝혀낸 연구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 먼로시에 있는 림버거 치즈를 다루는 가게의 간판.(사진=telegram)
림버거 치즈는 빵과 함께 샌드위치로 먹거나 맥주 안주로 즐기는 게 보통이다. 19세기부터 미국으로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건너와서 대중화했다. 20세기 후반 들어서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한다. 림버거 치즈가 명물인 미국 위스콘신주 먼로시에도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림버거 치즈만 전문으로 다루는 샌드위치 가게가 명맥을 잇고 있을 만큼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역에 있는 가게에서 달아둔 입 간판은 애호가라도 방심은 금물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흥미롭다.

`LIMBURGER, Don’ t eat it with your nose.` (림버거 치즈는 코로 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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