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희 전통예술원 원장 “코로나 뚫고 유럽 초청 공연 나선다”

고규대 기자I 2021.09.13 09:23:15

한예종 전통예술원, 주 독일 한국문화원과 베를린 공연
스위스 쾰른 등 유럽 도시에서도 추가 공연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이 오는 16일과 2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체임버홀에서 주 독일 한국문화원(원장 이봉기)과 공동 주최로 열리는 ‘2021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Festival fur Koreanische Neue Musik 2021)에 참가한다.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은 주 독일 한국문화원(원장 이봉기)이 유럽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에 한국의 현대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수년 동안 기획한 무대다. 임준희 원장은 “전통예술원은 문체부가 후원하는 2021 예술 한류 선도 사업 실행기관으로 선정되어 국제교류, 국제작곡콩쿠르, 국제 학술 심포지엄 등을 한국예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왔다”면서 “이번 초청은 예술 한류 사업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 사업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트벌에 류경화의 ‘망각의 새’, 최우정의 ‘추선’, 이귀숙의 ‘더미’ 등 반응이 좋았던 작품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된 곡들도 다수 있습니다. 현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임준희 원장은 이번 페스티벌에 자신의 작품 ‘파초우(芭蕉雨)’도 소개한다. 파초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이라는 뜻을 가진 조지훈의 시를 바탕으로 정가, 플루트, 피아노, 가야금, 생황을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자연과의 물아일체의 정취를, 투명하면서도 독특한 음색의 조화로 표현한 게 임 원장의 의도다.

“‘파초우’는 전통정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성악가 하윤주와 함께 독일에서 함께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농담, 시김새, 농현 등을 구사하는 한국의 성악 창법과 가야금, 피아노, 플루트, 피아노의 현대적인 조합이 청중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임준희 원장은 ‘2021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에 전통예술원 강사 및 전통예술원 출신 졸업생, 그리고 독일의 유수한 연주자들이 함께 참가한다. 거문고 오경자, 가야금 문양숙, 아쟁 김영길, 정가 하윤주, 해금 천지윤 등 약 20명의 연주자가 나선다. 또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벤킴(피아노), 강별(바이올린), 박한나(플루트) 등과의 협업을 통해 창작 작품 공연의 감동을 유럽 현지에 전하게 된다. 16일은 ‘이귀숙-피아노와 2인 타악기 연주자를 위한 더미’, ‘류경화-흩은가락’ ‘계성원-대금, 가야금, 거문고를 위한 3중주 다시!’ ‘강상구-세한도’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21일에는 ‘임준희-댄싱산조3’ ‘류경화-망각의 새’ ‘원일-엇농’ ‘최우정 추선’ 등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페스티벌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한국의 뛰어난 전통 음악 연주자와 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서양 악기 연주자들과의 협업하는 데 있습니다. 연주자들이 서로 자신의 파트를 녹음해 교환하고 이메일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2021 한국창작음악 페스티벌
이번 공연은 독일 베를린에 이어서 23일 스위스 쾰른, 25일 스위스 베른에서 예정돼 있다. 한국 악기와 서양 악기의 융합과 조화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창작 작품들로 또 다른 예술한류의 확산을 기대하는 이유다. 유럽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현대 음악 작곡가 및 창작 음악을 알리는데도 의미가 있다. 임준희 원장은 “예술 한류의 확산을 위해서 베를린 외에도 독일 본 대사관과 스위스 대사관의 초청으로 쾰른, 스위스에서도 공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독일 본이 베토벤의 탄생지이기도 해서 베토벤 전원 교향곡을 한국 전통 악기로 편곡하여 들려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쾰른에서는 한국의 전통춤이 인기가 있다는 말에 한예종 졸업생들로 구성된 한누리 무용단이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임준희 원장은 코로나19의 위기가 불어닥친 2020년 3월 전통예술원 원장에 취임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술 활동은 멈춰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기량 향상과 공연의 지속 제작에 노력했다는 게 임 원장의 설명이다. 그 결과 올해 열린 제37회 동아국악콩쿠르에서 해금, 피리, 대금, 거문고, 판소리 등 5개 부문에서 전통예술원 학생 및 졸업생들이 금상을 따냈고 10여 명이 입상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또 지난해 한예종 온라인 희망 콘서트를 개최하여 예술을 통해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도 나섰다.

“작곡 인생 40년 중 전반부 20년은 서양 현대음악을, 그리고 후반부 20년은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융복합작곡가라고 칭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2021년 현재 저의 작곡 경향은 이 모든 경험을 합쳐 저만의 작품 세계와 색깔이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한국적이면서 기술은 서양적인, 그리고 여기에 저만의 경험을 녹인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지향한다고 할까요.”

임준희 원장은 한국 창작음악이 접하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익숙함 속의 낯섦, 독창성이 있되 공감을 주는 작품으로 청중과 소통하고자 한다. 임 원장은 “한국 전통 음악의 세계화의 측면에서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전통 형태도 필요하고 크로스 오버의 형태도 필요하지만, 결국 지향하는 방향은 마스터피스(masterpiece) 즉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형태로 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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