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광화문 막히니 탑골로 간 '전광훈黨' 집회…'턱스크'하고 경찰과 충돌

조민정 기자I 2021.08.14 16:00:46

국민혁명당, 14일 '문재인 탄핵 걷기 운동'
경찰 통제에 탑골공원-동대문역 경로 변경
참가자들 마스크 벗고 침 튀기며 소리 질러
일반 시민들 통행 불편…"이게 무슨 상황?"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화이팅! 국민혁명당 화이팅!”

14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이 예고한 ‘8·15 국민 걷기운동’이 경찰의 강경 대응에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삼삼오오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를 부르면서 태극기를 휘날렸다. 주최 측이 예고한 ‘2m 거리두기 간격’ 등 방역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부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소리를 지르자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마스크 벗고 침 튀겨…선별진료소 천막 밑 ‘옹기종기’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서울역-남대문-시청 앞-덕수궁-동화면세점 왕복 코스로 도는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을 시작했지만 경찰 통제에 막혀 도심에 진입하지 못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탑골공원-종로3가역-동대문역 방향으로 코스를 변경해 1인 걷기 운동과 당원 모집활동을 진행했다.

당이 예고했던 단순 ‘산책’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1인 시위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거리를 걸으며 ‘나라를 살려야 한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화이팅!’을 외쳤고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은 구호를 제창하며 결집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천막 아래 돗자리를 깔고 자리잡았다. 참가자 열댓명은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모여 앉아 애국가를 제창했다.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설치한 검문소 앞에서는 경찰과 참가자들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길이 가로막힌 이들은 “국민들을 왜 억죄고 있어! 코로나도 다 거짓방역이야! 빨갱이 OO”라고 경찰에 욕설을 뱉었다.

마스크를 내리고 경찰에 항의하거나 미니 마이크를 소지해 소리를 지르는 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비말이 사방으로 튀기는 장면도 목격됐다. 경찰은 마스크를 쓰고 말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1인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왔다는 60대 중반 여성 A씨는 거리를 통제하던 경찰과 서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A씨는 “경찰이 나를 찍길래 나도 고발하려고 같이 찍었다”며 “원래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다 막혀서 종로3가역으로 오게 됐다. 경찰들 하는 거 보니까 오늘 (국민혁명당) 당원 가입도 하고 가려고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지난 12일 국민혁명당은 기자회견에서 “광복절 연휴 걷기운동은 단순한 산책이며 선글라스와 양산, 생수만 소지할 예정이기 때문에 ‘변형된 1인 시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1인 시위로 규정되기 위해선 참여자 개인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부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이 만세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경찰 “폭력 행사하면 사법처리”…일반시민 불편 호소

경찰은 이날 진행되는 모든 집회·시위를 ‘변형된 1인 시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동원하고 시계와 한강 교량, 도심 등 81개소에 임시검문소를 운영했다. 집회금지 장소에는 펜스를 설치해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 꺾인 미로 같은 펜스를 통과하도록 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신체 접촉에 강하게 대응했다. 경찰은 “현재 행위는 집시법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다”라며 “폭력을 행사할 경우 강력히 사법처리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로 종로구를 찾은 일반 시민들은 불편함을 내비쳤다. 도로가 막혀 우회해서 돌아가야 하는데다 집회 참가자들이 밀집해 있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주말 데이트를 위해 카페 앞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던 최모(26·여)씨는 집회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최씨는 “어제 저녁에 광화문 카페 앞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다”며 “너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지금 저게 뭐하는 거야”, “너무 시끄럽다”, “왜 길을 돌아가야 하는 거냐”, “여기로도 못 가게 하고 어디로 가라는 거야”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연휴 둘째 날인 15일에도 국민혁명당은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내일은 일요일이라 예배를 드려서 오후 2시쯤부터 걷기 운동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진행된 걷기 운동도 집회가 아닌 ‘운동’이기 때문에 집행부에서도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 도로에 차벽을 세워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