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공급 차질 無…삼성전자, '모더나 생산' 삼바 후방 지원

이준기 기자I 2021.08.01 11:44:27

모더나 백신 공급차질 사태 재현 우려 속…위탁생산 준비 속도전
기술이전 협의에도 긍정적…'생산역량 우려' 모더나에도 희소식

사진=연합
[이데일리 이준기 배진솔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사(社)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문제를 삼성전자가 직접 챙기기로 방향을 튼 건 한국 등 전 세계적인 백신 부족 우려를 깨는 데 일조하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게는 백신 공급 지연으로 인한 국가적 사태를 막는데 한몫하고, 크게는 모더나의 mRNA 백신 충진·포장(DP) 등 위탁생산을 넘어 원액(DS)까지 생산하겠다는 삼성 내부의 큰 그림이 녹아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삼바, 모더나 백신 원액 기술이전 ‘속도’

지난 28일 미국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해외 생산 공장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을 준비해 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는 잔뜩 긴장한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위탁생산 공정 마련에 전사적 노력을 다한다고 해도, 해외 공장에서 원액이 들어오지 않으면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에 문제가 됐던 모더나 제조공정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원액 생산 및 납품을 책임진 스위스 론자 공장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모더나 백신 원액은 미국 보스턴 자체공장과 스위스 론자 2곳에서 각각 생산 중이다.

따라서 원액이 들어오는 대로 곧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 체계를 확고히 해놓겠다는 게 삼성 측의 취지다. 실제로 백신 생산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클린룸 등 청정 생산사이트 유지 여부인데,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공정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1μm(마이크로미터)의 먼지나 바이러스 입자만 있어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백신 생산공정과 거의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DNA를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생산에 성공적으로 이식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분석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직접 원액 생산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간 기술 이전 협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여지도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AFP
모더나 ‘백신 수요 감당 어렵다’ 우려도 불식

모더나 입장에서도 희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 등을 오랜 기간 수행하며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상태에서 삼성전자의 청정 생산사이트 유지 기술까지 접목된다면 기술이전·생산 속도는 스위스 론자 등 해외 생산공장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품질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란 게 바이오 업계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백신 생산 역량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간 델타 변이 등 변이가 확산하면서 mRNA 백신에 대한 수요가 커졌지만 바이오 벤처 회사인 모더나가 이런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반도체 미세공정, 대량생산, 청정기술을 밑바탕에 두고 불량 없는 최대 생산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코로나 백신 개발사 입장에선 한국기업과 손잡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라고 했다.

모더나는 미국·유럽 외 한국만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 국가로 선정한 바 있다. 가뜩이나 미국·유럽에 비해 아시아의 접종 속도가 현저히 느린 상황에서 이번 공급 지연 사태가 재현될 경우 자칫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31.5%를 보유, 삼성물산(43.4%)에 이은 2대 주주이다.

코로나19 백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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