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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로드] 이누이트族 생존음식 `키비악`<41>

전재욱 기자I 2021.07.24 13:00:00

바다표범 가죽에 각시바다쇠오리 넣어 몇 달간 발효
훌륭한 비타민 공급원이지만 악취 심해서 일부는 기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북극의 그린란드를 터 잡아 살아가는 이누이트족(族)은 바다표범을 생존 수단으로 삼는다. 망망대해와 빙하뿐인 환경에서 소중한 식량원이다. 바다표범의 살은 단백질을 공급하고 지방은 열량을 제공한다. 제아무리 추운 곳이지만 제대로 저장하지 않으면 오래 두고 먹기 어렵다. 상하기 쉬운 날것부터 먹고 나머지는 익혀서 먹는다. 나머지는 말려서 수분을 날리거나 삭혀서 보관한다.

이누이트와 더불어 살아가는 개를 먹이는 것도 생존을 좌우하는 큰 변수다. 개들이 없이는 사냥이 어렵고 썰매를 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누이트는 바다표범을 삭혀 `우쑥`(Ussuk)이라는 식품을 만들어 개를 먹인다. 산성기(基)를 띠는데 ph가 5 정도까지 오른다. 홍어를 푹 삭히면 ph가 8~9 정도까지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알칼리성 성질을 띠는 편이다. 개는 삭혀서 보관 기간이 길어진 바다표범 고기를 먹으며 혹독한 겨울을 난다.

키비악에 쓰이는 바다표범과 각시바다쇠오리로 만든 인형(사진=트위터 게시물)
`키비악`(Kiviak)은 바다표범 가죽을 이용해 만든 사람이 먹을 음식이다. 가죽을 먹는 게 아니라 가죽을 항아리처럼 활용해서 안에 새(鳥)를 넣어서 발효시킨다. 사냥한 바다표범의 내장을 제거하고 속에 새를 넣어서 발효시킨 게 키비악이다. 새는 주변에 흔히 보이는 각시바다쇠오리를 잡아서 쓴다. 특별히 손질할 것도 없이 숨만 끊어서 쓴다.

핵심은 주머니를 꽁꽁 틀어 매는 것이다. 입구를 실로 꿰고, 벌어진 틈을 고기를 채워 막고, 여기에 바다표범 지방을 덧대어 동봉한다. 발효 과정에서 밖으로는 곤충과 벌레의 침입을 막고 안으로는 발효를 촉진하는 효모를 가두려는 것이다.

작업을 마친 키비악은 무거운 돌로 둘러싸고 서늘한 곳에서 묵힌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반년 이상 발효 기간을 거친다. 발효를 거친 키비악은 별다른 조리 없이 털을 뽑아 부리를 발라내고 내장과 살 등을 날로 먹는다. 오랜 기간 숙성한 탓에 엔간한 뼈도 먹을 만큼 물러 있다.

단순히 보면 해괴한 음식 같지만 이누이트에게는 생존 음식이다. 동토에서 구하기 어려운 비타민을 키비악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즐기지만 결혼이나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도 빼먹지 않고 등장한다.

목포문화방송에서 방영한 ‘삭힘의미학’에 등장한 이누이트가 “키비악을 잘 만들지만 먹지 않는다”고 인터뷰하고 있다. 냄새가 지독한 탓이라고 한다.(사진=유튜브 갈무리)
다만 외형만큼이나 독특한 것은 키비악이 뿜는 악취다. 악취를 뿜는 정도로 하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음식으로 거론되기에 손색없다. 현지에서도 일부 이누이트가 키비악을 멀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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