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메이데이!’ 뱃길 통신 골든타임 지키는 KT화성송신소[르포]

전선형 기자I 2023.09.25 09:00:00

KT, 국내 유일 선박무선통신 제공해
선박 비상ㆍ긴급통신 수단으로 사용
화성 5만평 부지에 대형 송신안테나 설치
태평양 원양어선 등 먼바다까지 전송 가능
모스전신은 종료, 선박무선전화로 교신

[화성=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경기도 화성시 서쪽 끝, 제부도 넘어가기 직전에 있는 5만평 공간의 드넓은 부지에는 33개의 대형 안테나들이 세워져 있다. 높이가 무려 30m에 달하는 두 개의 철탑 위에 마치 생선가시 모양을 닮은 거대 안테나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엇갈려 있다. 얼핏 보면 송전철탑처럼 보이는 이 안테나들은 육지의 소식을 연근해 어선은 물론 대서양, 태평양에 있는 원양어선까지 전달해주는 KT의 선박무선 통신(송신)안테나들이다.
화성송신소.(사진=KT)
KT는 1939년 개소한 서울무선센터를 중심으로 화성송신소, 천안수신소, 전국 37국소의 원격 해안국을 운영하며, 84년간 선박무선통신을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선박무선통신은 단파(High Frequency), 중단파(Middle Frequency), 초단파(Very High Frequency) 대역의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육지-선박, 선박-선박을 연결해 재난구조, 긴급통신, 일반공중통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단파는 적은 에너지로도 장거리 통신이 가능케 하며, 육지로부터 약 185Km이상의 거리를 커버한다. 중단파는 2MHz대를 이용하는 지표파로 연근해(육지로부터 약 200Km)를 지원하며, 초단파는 150~162MHz대를 이용하는 직접파로 근해(육지로부터 약 40Km이내)의 선박을 지원한다.

그중 KT화성송신소는 단파와 중단파를 통해 가까운 연근해는 물론 먼 바다까지 육지의 소식을 전달하는 통신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인천 부개동에 있던 송신소가 1998년 경기도 화성으로 새롭게 이전해 개국한 것이다. 당시 태평양과 대서양 등 5대양에 모두 송신이 가능하도록 무려 33개의 단파용 LP안테나와 6개 중단파용 DB안테나를 설치했다. 이 곳에는 4명의 상주인원만이 근무하며 교대근무로 24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안테나(송신) 수리는 물론이고 지방 곳곳에 있는 장비 오퍼레이터도 원격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직접 개발 설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충식 KT서울무선센터 차장은 “화성송신소의 안테나는 모두 송신용이고 30m 지선식 철탑 위에 설치돼 있으며, 수신소는 20m 자립식 철탑에 별도로 천안에 자리하고 있다”며 “안테나의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등 5대양의 방향을 고려해 전파 방해가 없도록 계산돼 설치돼있다”고 설명했다.

선박무선통신은 선박무선전화,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 선박무선전보 등 3가지가 있다. 선박무선전화는 육상 가입자가 선박과 통화를 원할 경우 선박전화 신청번호 105(전국동일, 무료전화)번으로 접수하면, 무선국 교환원이 선박명, 호출부호, 선박위치, 선원명 등 내용을 접수해 전화 연결을 해주는 방식이다. 반대로 선박에서 육상과 통화를 원할 경우 해당지역 무선국을 호출해 교환원을 통해 연결할 수 있다. 조난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메이데이(Mayday)’도 이같은 선박통신전화를 통해 이뤄진다. 선박은 국제법에 따라 16번 채널을 열어둬야 하며 위급시 이 채널을 통해 주변 선박이나, 관제소에 위급상황을 알린다.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는 선박의 조난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선박이 보유하고 있는 조난 단말장치를 통해 데이터 신호를 자동으로 송출해주는 것이다. 해안 원격국 수신기를 통해 접수된 신호를 자동으로 해양경찰청으로 선박식별번호, 발송위치(위·경도, 도/분/초 표시)를 문자(SMS) 및 팩스(FAX)로 동시 전달한다. 이와 함께 KT 근무자는 조난 수신여부를 해경 상황실 근무자에게 유선으로 확인한다. 다만, 모스무호를 활용해 운영하던 무선전보 서비스는 사용량이 줄어 지난 2월 종료됐다.
김기평 KT 강북ㆍ강원광역본부 서울무선센터장.(사진=KT)


김기평 KT 강북ㆍ강원광역본부 서울무선센터장은 “선박통신의 원리는 수신소에 받은 통신전파가 도봉구에 있는 집중센터로 전달되고, 교환원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화연결을 하면, 화성송신소에서 바다에 있는 배로 통신전파를 보내는 식”이라며 “지금은 위성 등 통신연결이 잘 돼있기 때문에 가까운 연근해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도 있다지만 통신이 안되는 먼 바다 등에서는 비상ㆍ긴급 통신수단으로 여전히 선박무선통신이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거의 뱃사람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예전만큼 통신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80년 넘게 바다 곁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올 추석연휴에도 센터를 비울 수가 없어 교대로 사무실을 지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