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조 내다판 개인…올해 주식농사 끝냈나

최정희 기자I 2020.10.27 08:06:25

10개월만에 매도로 전환
코스피 개인 거래비중 65%로 뚝 떨어져
`대주주 요건 강화`에 먼저 파는 연기금
코스닥 투자자 특히 혼비백산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증시를 휘어잡았던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뚝 떨어졌다. 이달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3800억원 넘게 순매도, 월별 기준 올 들어 첫 매도세를 보였다. 개인들의 거래대금 비중도 70%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과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 요건 강화’ 등에 관망하는 투자 심리가 짙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대주주 요건 강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과세당국이 대주주 요건을 강화할 때마다 개인들은 12월에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왔는데 이런 패턴을 학습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먼저 ‘매도세’에 나선 영향이다. 코스닥 시장의 단기 급락에 손절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안 좋은 분위기 연말까지 간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1~26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10조9100억원, 10조6300억원으로 전달 14조원대(14조2000억원, 14조2800억원)에서 23~25% 감소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이달 65.2%로 넉 달 만에 60%대로 떨어졌다. 주식 투자 대기자금인 예탁금도 55조1400억원(23일) 수준으로 9월 4일(63조2582억원) 정점을 찍고 감소한 상태다.

채대철 NH투자증권 삼성동금융센터 부장은 “미국 대선 결과 불복 우려 등 전 세계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이 동력을 잃어간다”며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 대형 공모주 상장 마무리 등에 연말까지 안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주식 농사를 마무리 짓고 외부 환경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내년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나마 코스피 지수는 개인들이 매도세를 보이더라도 원화 강세 등의 영향 때문인지 외국인들이 1조 가량을 매수, 이달 0.7%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코스닥이다. 개인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여전히 1조86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하고 있고, 거래대금 비중 역시 89.7%로 전달(89.4%)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 지수는 이달 8.3%나 하락했다. 이는 연말 대주주 요건 강화가 있었던 해마다 개인들의 대규모 매도세를 경험한 연기금 등 기관들이 개인보다 먼저 주식을 팔아 차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장선희 KB증권 삼성동PB센터 부지점장은 “기관이 코스닥 시장에서 이달 1조5000억원 넘게 팔았고, 특히 연기금(2900억원 순매도)이 많이 팔았는데 연말에 개인들이 대주주 요건 강화에 맞춰 팔 것에 대비해 미리 매도한 것”이라며 “이를 눈치챈 개인들이 지난 주까지 손절하면서 주식을 내다팔았다”고 말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의도치 않게 주식시장에서 이탈하게 된 셈이다.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급락세가 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이달 들어 6% 가까이 하락하고 에이치엘비(028300), 알테오젠(196170)은 각각 11.9%, 17.9%나 급락했다.

대주주 요건 강화는 코스피 시장에도 해당되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은 1600조원대인 반면 코스닥은 300조원대로 똑같이 10억원을 판다고 해도 코스닥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 코스닥에서 미리 팔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12월에 개인 매도가 쏟아지는 것을 기관, 외국인들이 알기 때문에 10월에 개인보다 먼저 파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개인들, 대주주 요건 강화 때마다 12월엔 매도

내년 4월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낼 경우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요건’이 올 연말 종목당 시가총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대주주 요건을 결정하는 시가총액은 12월 마지막 거래일에 결정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인들은 12월에 가서야 주식을 팔아왔고 올해도 이런 흐름이 예상된다.

2017년말 코스피·코스닥 대주주 시가총액이 15억원으로 하향 조정됐고, 2019년말 다시 10억원으로 낮아졌는데 2017년 12월과 2019년 12월에 개인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매도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장에선 3조6000억~3조8000억원대 매도세를 보였고, 코스닥에선 1조~1조4600억원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개인들이 12월에 주식을 팔지만 이 물량을 외국인, 기관이 받아내기 때문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반드시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았다. 2017년 12월 코스피 지수는 0.36% 하락했으나 코스닥 지수는 3.50% 올랐고, 2019년엔 코스피·코스닥 모두 5%대 상승세를 보였다.

변준호 연구원은 “대주주 요건 강화,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시장의 단기 모멘텀이 약해진 부분이 있어 차익실현에 나서는 개인들이 있지만 대선이 지나면 연말 경기 부양 기대감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개인들이 완전히 주식 시장을 떠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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