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터프가이라서 부르기 싫었던 발라드

피용익 기자I 2020.08.16 16:16:1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대중음악에서 발라드(ballad)는 사랑을 주제로 한 감상적인 노래를 뜻한다. 물론 반드시 사랑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외로움, 죽음, 정치, 종교, 전쟁 같은 무거운 내용도 발라드의 주제가 된다. 음악 스타일 측면에선 템포가 느리고 멜로디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팝송은 물론 리듬 앤 블루스(R&B), 컨트리, 포크 등 대부분의 장르에서 발라드 곡이 만들어진다. 록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음악 저널리스트인 찰스 애런(Charles Aaron)에 따르면 1976년 FM 라디오가 미국에서 대중화되면서 록 발라드가 본격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1930년대 말 처음 송출된 FM 라디오가 약 40년 만에 AM 라디오의 수를 따라잡기 시작했을 때였다. 배드핑거(Badfinger)의 “Without You”,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Dream On”,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Free Bird” 등은 FM 라디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1980년대 말 글램 메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것도 록 발라드였다. 글램 메탈은 대규모의 여성 팬덤을 형성한 처음이자 마지막 메탈 장르였다. 세바스찬 바크(Sebastian Bach)나 브렛 마이클스(Bret Michaels) 같은 ‘꽃미남’ 보컬리스트가 부르는 애절하고도 호소력 있는 노래에 여성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글램 메탈 밴드가 부르는 록 발라드는 일종의 ‘미끼상품’과도 같았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앨범을 구입하면, 그 노래 외에는 모두 메탈 음악으로 채워진 경우가 많았다. 다만 헤비메탈에 팝송의 요소를 도입한 글램 메탈 밴드들의 음악은 충분히 대중적이었기 때문에 록 발라드를 통해 유입된 팬들이 글램 메탈 장르에 빠져드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록 발라드는 밴드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든든한 수입원이 됐지만, 종종 지나친 상업화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부 로커들도 발라드에 거부감을 가졌다. 스키드 로우(Skid Row)의 세바스찬 바크는 록 발라드 히트곡 “I Remember You”가 발표된 지 30년이 되던 지난 2019년 야후 엔터테인먼트(Yahoo! Entertainmen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곡이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터프가이, 불량아, 메탈헤드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이 곡이 “창피하다”고 말한다.

당초 세바스찬 바크와 멤버들은 “I Remember You”를 데뷔 앨범 ‘Skid Row’에 수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밴드 매니저였던 독 맥기(Doc McGhee)는 앨범 녹음 리허설에서 이 곡을 듣고 “앨범에 넣는다”고 선언했다. 신인 밴드였던 스키드 로우는 키스(KISS), 본 조비(Bon Jovi), 머틀리 크루(Motley Crue) 등 록의 전설들과 함께 작업해 온 맥기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다만 강요에 의해서였든 정말 부르고 싶어서였든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록 발라드 명곡들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스키드 로우의 “I Remember You”는 물론, 포이즌(Poison)의 “Every Rose Has Its Thorn”, L.A. 건스(L.A. Guns)의 “The Ballad of Jayne”, 화이트 라이언(White Lion)의 “When The Children Cry”, 익스트림(Extreme)의 “More Than Words” 등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다.

심지어 빠른 템포와 공격적인 기타 리프로 유명한 스래쉬메탈 밴드 메탈리카(Metallica)마저도 1988년에는 느린 템포의 발라드로 시작하는 “One”을 발표했고, 1991년에 내놓은 ‘Metallica’ 앨범에는 “The Unforgiven”과 “Nothing Else Matters” 두 곡의 발라드를 수록했다.

스키드 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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