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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이 산으로 가니 욕 먹어도"…3년반 홍남기가 가장 힘들었던 일

공지유 기자I 2022.04.24 12:00:00

3년 반 재임…워싱턴서 기자단에 `최장수 부총리` 소회 밝혀
"가장 힘든 순간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입 닫을 수 없었다"
"소부장·코로나·한국판뉴딜 인상 깊어…뉴딜 구조조정 안돼"
"서발법·재정준칙·부동산 아쉬워…다음 정부서 해결돼야"

[워싱턴 D.C.(미국)=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3년 반 동안 경제부총리로 있으면서 정치권과 많이 부딪혔지만, 다시 부총리를 하라고 해도 욕을 먹으면서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재정과 국가가 산으로 가지 않게 하려면 욕을 먹는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현지시간 17일부터 23일까지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동행기자단들과 수차례 만나 3년 반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위기 대응형 최장수 경제수장…“가장 힘들었던 건 전 국민 지원금”

2018년 12월 취임한 이후 3년 반 동안 재임한 홍 부총리는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최장수 장관이다. 코로나19 위기 등 큰 현안에 대응해 온 홍 부총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19 위기 극복, 한국판 뉴딜 정책을 꼽았다.

홍 부총리는 “3년 반 중 2년 반이 코로나 시기인데,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한다는 게 가장 인상깊다”면서 “또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우리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맞선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현재 차기 정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국판 뉴딜의 중요성에 대해 힘줘 말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판 뉴딜이 새 정부에서 구조조정 대상”이라면서 “디지털 경제와 그린 경제로 가는 과정의 프로젝트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거나 하는 미세 조정은 있겠지만 결국 (구조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 기간 동안 주요 국제기구 등에서 한국판 뉴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기도 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현지시간 18일 홍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한국의 경우 우수한 펀더멘탈과 한국판 뉴딜 등 적극 거시정책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적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묻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제4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홍 부총리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낙연 당시 당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급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하자 홍 부총리가 곧바로 공개 반발하며 당정 간 정면 충돌했다. 결국 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으로 가닥이 잡혔다.

홍 부총리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입을 닫고 있으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건 기정사실이 됐을 것”이라며 “한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국회에서 광화문 청사로 향하는 와중에 차 안에서 급하게 (반대하는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발법·재정준칙·부동산 아쉬움 남아…공은 다음 정부로”

2019년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안 7번을 포함해 홍 부총리는 본예산 편성까지 포함해 경제정책 수장 사상 처음으로 총 11번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50년을 더 가도 한 부총리가 (예산 편성을) 10번 이상 하는 경우가 없을 것 같다”면서 “추경을 7번 한 것도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기록이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웃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등 전례 없는 위기에도 경제정책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 대응한 그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아쉬운 것 세 가지를 뽑으면 첫째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 11년째 통과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발법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및 지원 방안 등을 담은 법으로, 2011년 홍 부총리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있을 때 정부안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두 번째는 재정준칙 도입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60%로 설정하고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GDP의 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재정준칙 방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재정 정상화 과정에서 재정 긴축이 꼭 필요한데 1년 반 넘게 통과되지 않아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부동산시장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심리 요인도 작용하는 등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저는 주로 부동산 대책을 (이번 정부) 후반부부터 맡았지만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해 상당 폭으로 하향 안정세를 만들고 퇴임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공을 다음 정부로 넘겨주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정부에 대한 정책적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우리 부동산시장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투기 수요가 극심해 교란행위와 불법, 부당행위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다음 정부에 부탁한다”고 했다. 서발법과 재정준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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