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수사권조정 시행령, 곳곳서 반대 목소리…법무부는 ‘마이웨이’

박기주 기자I 2020.09.20 12:00:00

입법예고 후 경찰위원회·민변·참여연대 등 각계각층서 수정 의견 제출
법무부, 24일 차관회의 원안 상정 방침
경찰 내부에선 반발 이어져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의 입법예고 절차가 지난 16일 마무리됐다. 지난달 7일 입법예고만이 발표된 후 시정 요구 등 의견이 9400여건에 달했지만, 법무부는 원안 그대로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검토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사진= 뉴스1)
곳곳서 “수사권조정 시행령 반대” 의견…법무부는 원안 그대로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4일 차관회의에 수사권 개혁을 위한 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의 대통령령(수사준칙, 검사 수사개시 범위, 시행일) 등 제정안을 입법예고 원안대로 상정할 방침이다.

이는 수사권 조정법안 개정 직후 지난 2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단장으로 한 후속추진단에서 마련한 하위법령이다. 다만 이 시행령이 검찰과 경찰의 협력 관계를 명시한 상위법 개정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참여입법센터(법제처)에 제출된 의견은 9482건에 달한다. 경찰 통제기구인 경찰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작성해 청와대와 법무부, 법제처에 제출한 것에 이어 한국공안행정학회와 민변 등도 의견을 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시행령 재검토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법무부 독단 입법을 반대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들이 시행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비슷하다. 우선 시행령을 법무부 단독 주관으로 설정하면서 같은 수사기관인 경찰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검사의 일방적인 유권해석이 가능해지고, 이는 검찰개혁이 후퇴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검찰과 경찰이 공동주관 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당초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법률상 근거 없이 검찰의 권한을 확대해 국민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고,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 등도 지적되고 있다. 이번 시행령에서는 마약범죄를 경제범죄에,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에 포함했고, 영장만 받으면 언제든 수사를 실시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1일 수사권조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반발하는 경찰관들이 수갑을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경찰청)
경찰 내부서도 반발 움직임 이어져

경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전국 815개 부서가 입법예고안의 수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운동에 참여하고, 일부 형사들은 수갑을 반납하는 행사를 통해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8일 오후 5시 기준 경찰 내부망에 게시된 직장협의회 성명서만 60개에 달한다.

이러한 의견 제시에도 법무부가 해당 시행령을 차관회의에 원안 그대로 상정할 것으로 예상되자 경찰은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돼 왔고, 중요사항에 부처간 이견으로 대립되는 사안은 상정된 바 없다”며 “성급한 차관회의 상정보다는 다양한 의견들에 대한 검토와 온라인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입법얘고안에 대한 합리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지난 7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행정절차법 상 행정청은 입법예고기간 중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는데, 쟁점이 있는 법안은 통상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왔다”며 “법무부 단독주관이라 공청회 개최 여부 또한 법무부 소관으로, 입법예고 기간 중 예정된 공청회나 토론회 등이 없는 것도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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