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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이다' 중태 초등생 형제… 母 3차례나 아동 학대 신고

황효원 기자I 2020.09.17 07:25:50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단둘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태에 빠진 초등생 형제 A군과 B군은 어머니로부터 학대 피해를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생 형제의 어머니는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가 불을 내 온몸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사진은 화재 현장 모습. (사진=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
경찰과 인천시에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어머니가 아이들을 방치해놓는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건 접수됐다고 전했다.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최근 초등생 형제의 어머니를 격리시켜달라며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인천가정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다시 법원에 보호명령 청구를 한 상태에서 두 형제는 변을 당했다.

사고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6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도시공사 임대주택 모 빌라 전체 4층짜리 건물 2층 거주지에서 발생했다. 불은 당시 이들 형제가 화재 발생 후 주거지에서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A군 형제는 신고 당시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못하고 “살려주세요”만을 외친 채 전화를 끊었다. 소방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서 A군 형제 빌라를 찾았지만 A군 형제는 중상을 입은 뒤에 발견됐다.

A군은 전신에 3도 화상, B군은 1도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 등을 다쳐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셋이 사는 두 형제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이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했다.

형제의 어머니는 평소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SNS에 해당 소식을 알리며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조금 전 박남춘 인천시장과 통화를 해 아이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인천시의 긴급지원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복지 빈틈과 사각지대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며 “코로나 재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 스스로 끼니를 챙기기 위해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적었다.

그는 “정부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며 “아이들이 하루 빨리 의식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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