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단돈 1달러가 바꿔놓은 MTV의 운명

피용익 기자I 2020.05.09 10:11:1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신사 숙녀 여러분, 로큰롤(Ladies and gentlemen, rock and roll)!”

1981년 8월 1일. 대중음악 역사에 거대한 획을 그은 사건이 있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MTV의 공식 개국이었다. 존 랙 부회장의 유명한 인삿말에 이어 영국 뉴웨이브 밴드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상징적인 제목의 뮤직비디오가 방영됐다.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풍요로움 덕분에 바야흐로 음악을 ‘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MTV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24시간 방영할 뮤직비디오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느누구도 공짜로 뮤직비디오를 제공하길 꺼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MTV는 개국 초기에 208개의 뮤직비디오를 반복해서 틀어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가운데 16개는 로드 스튜어트 노래였다.

그러나 MTV에 뮤직비디오가 방영되면 음반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너도나도 MTV에 뮤직비디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버글스의 앨범은 MTV 효과로 인해 미국 곳곳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문제는 MTV가 남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점이었다.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고 레코드 판매가 늘어나도 MTV가 얻는 게 없었다. 신생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에서 좀처럼 광고가 붙지 않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많은 지역 케이블 TV에 채널을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MTV는 광고 전문가인 ‘매드 맨’ 조지 로이스를 영입했다. 그가 고안해 낸 광고문구는 “난 MTV를 원해요(I want my MTV)”였다. 시청자들이 케이블 TV 회사에 전화를 걸어 MTV를 추가해 달라고 요구할 때 이렇게 외치라는 의미였다. 채널이 어느정도 확보되면 기업들의 광고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란 계산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광고문구를 유행시킬 유명인사를 섭외하는 일이었다. 로이스는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를 점찍었다. MTV는 재거를 설득하기 위해 프로그램 총괄인 레스 가랜드를 보냈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재거는 “우리 밴드는 광고를 찍지 않는다”며 단박에 거절했다. 가랜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롤링 스톤스가 투어 스폰서인 향수 회사 조반과 계약했을 때 다수의 광고가 포함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재거는 말을 바꿔 “조반이 돈을 많이 줬다”고 했다. 여기서 가랜드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1달러 지폐를 책상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당신은 돈만 주면 광고를 한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이걸 받아라”라고 말했다.

재거는 1달러 지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신, 마음에 드네요. 광고 출연할게요.”

이로써 재거는 MTV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재거 이후 빌리 아이돌, 데이빗 보위, 마돈나 등이 광고에 줄줄이 출연해 “난 MTV를 원해요”라고 외쳤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MTV 채널이 전국 곳곳에 방영되면서 시청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프로그램에 기업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MTV의 매출은 치솟았다. MTV는 그로부터 약 20년간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대중음악 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믹 재거가 받은 출연료 1달러가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꿔놓은 셈이다.

(자료=MTV)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영상 뉴스

더보기

오늘의 포토

더보기

카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