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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청바지· 레게머리..천재 음악가 삶과 절묘한 대비

윤종성 기자I 2020.07.30 06:30:01

심사위원 리뷰-뮤지컬 '모차르트!'
김준수· 신영숙 등 스타 등장에
코로나19 악재에도 '연일 성황'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김준수가 ‘잘츠부르크의 겨울’을 부르고 있다(사진=EMK뮤지컬컴퍼니)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를 가면 이목을 끄는 두 가지 문화상품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두 가지 모두 잘츠부르크가 낳은 글로벌 콘텐츠이자 오늘날까지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최고의 관광상품들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야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이야기였으니 그나마 이해가 간다지만, 일생을 그곳으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모차르트는 무슨 저주(?)받은 운명이어서 죽어서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붙들려 살아야 하느냐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뮤지컬을 보고 나면 왠지 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게 된다.

공연으로 탈바꿈된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늘 대중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영화로도 큰 인기를 누린 살리에리와의 대립이 인상적인 피터 쉐퍼의 연극 ‘아마데우스’나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록음악의 선율이 흥미로운 ‘모차르트 오페라 락’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진짜’ 오스트리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작품이라면 단연 뮤지컬 ‘모차르트!’가 대표적이다. 올해 우리말 10주년 기념 무대가 꾸며져 지난 세월의 성공을 뽐내듯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급 악재에도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물론 소재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비할 데 없지만, 뮤지컬로 각색된 모차르트의 삶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역시 신동이자 천재로 유명한 그를 오늘날의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해냈는가에 기인한다. 영화 ‘아마데우스’가 톰 헐스의 까불거리는 듯한 웃음소리로 묘사해냈다면, 뮤지컬 ‘모차르트!’가 선택한 방식은 찢어진 청바지와 레게풍의 헤어스타일 그리고 무대를 찢어버릴 듯한 고음의 가창력이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내 운명을 피하고 싶다며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오늘날 그가 태어났다면 정말 저런 모습으로 외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절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짧지 않은 세월 탓일까, 그동안 뮤지컬 ‘모차르트!’가 남긴 행보도 남다르다. 우여곡절 많은 아이돌 가수였던 시아준수를 뮤지컬 배우 김준수로 탈바꿈시키며 좀처럼 팔기 힘들다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3층 발코니까지 만석을 이뤄낸 기록적인 흥행이나 박은태, 신영숙, 윤형렬, 정선아와 그 계보를 잇는 스타급 배우의 등장, 풍성한 음악적 완성도를 이뤄낸 김문정 음악감독과 MC의 연주까지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가장 최근의 앙코르 공연에서는 일본의 유명 연출가 코이케 슈이치로가 마치 다카라즈카(가극단)를 연상시키는 쇼 뮤지컬로의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 10주년 앙코르 공연은 초연부터 함께 했던 유희성과 아드리안 오스몬드의 공동연출로 복귀했는데, 덕분에 많은 국내 관객들을 감동시켰던 스토리라인이 성공적으로 복구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차르트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은 무대에 등장하는 꼬마 아마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엄한 아버지 탓에 어린 시절 눈을 가리고 건반악기를 연주하며 귀족들로부터 찬사와 후원을 이끌어내야 했던 그는 평생을 비범해야만 했던 자신의 그림자에 쫓기며 살았다. 아마데는 바로 그런 모차르트의 삶과 운명, 그리고 스스로 고통받던 굴레이자 고난이며 역설적으로 창조의 원천이기도 했다. 모차르트의 삶에 대한 무대적 상상이자 발칙한 해석인 셈이다. 염두에 두고 감상하면 더욱 흥미로운 이 작품의 묘미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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