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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대’에서 ‘대’ 빠진다…尹대통령 의중 반영된 듯

박태진 기자I 2022.07.03 11:37:28

국힘·총리실 공지…“고위 당정협의에 대통령실 당연히 포함”
대통령실 정부 위에 군림 안돼…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이데일리 박태진 배진솔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고위 당정 협의회 명칭은 ‘당정대’가 아닌 ‘당정’(협의회)으로 결정되는 모양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무총리실은 최근 “회의 이름에 당정대라는 표현 대신 당정이라는 표현을 써 달라”라는 공지를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단에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런 내용을 안내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보도에서 당정대 용어를 쓰는데, 올바른 용어는 당정대가 아닌 당정 협의회이므로 용어 사용에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총리실도 다음날 한덕수 국무총리의 이번주 ‘고위 당정협의회’ 일정을 소개하면서 ‘협조 요청’을 달아 “‘당정’으로 사용해주시기 바란다. (당정대×)”라고 적었다.

당·정부·대통령실을 모두 가리키는 당정대라는 약칭에서 대통령실을 뜻하는 ‘대’를 빼 달라는 주문이다. 협의회 이름에서 ‘대’자를 빼기로 한 데에는 윤 대통령의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통령실을 구분하거나 나아가 대통령실이 정부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를 취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곧 행정부 수반인 만큼 정부와 대통령실을 나누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대통령실은 또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대등한 관계인 정부와 대통령실을 구분한 것은 ‘청와대 아래 정부’라는 암묵적 상하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전부터 고위 당정협의에 대통령실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당정대라고 붙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며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읽힌다.

회의 명칭 관련 정부 규정을 살펴 보더라도 ‘당정 협의회’라는 용어가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당정청 협의회’ 또는 ‘당정청 회의’라는 표현은 정부 성향을 불문하고 20여년 전인 2001년께부터 언론과 정부, 국회에서 공공연하게 쓰였다.

하지만 국무총리 훈령 제703조에 따르면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공동으로 주재하는 협의회는 ‘고위 당정협의회’라고 명시가 돼 있다.

회의 기본 참석자는 국무총리가 지명하는 관계 부·처·청·위원회의 장 및 관계 공무원, 여당의 원내대표·정책위원회 의장, 그 밖에 여당의 대표가 지명하는 당직자로 돼 있다.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는 기본 참석 대상이 아니라 ‘국무총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참석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규정 내용이다.

다만 최근까지는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참석했을 때 회의 결과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왔고, 이에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들도 고정멤버로 참석하면서 ‘당정청’이라는 용어가 사용돼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용산에 대통령실을 마련하면서 당정청이라는 용어가 맞지 않게 되자 국민의힘은 지난달 8일 진행한 북한 도발 관련 국가안보 점검 회의 이름을 ‘당정대 협의회’라고 붙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정부 정책 등 책임에서 한 발 빼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했지만, 대통령실은 완강히 부인했다.

결국 오는 6일 열리는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는 ‘대’가 빠진 ‘당정’ 협의회로 칭해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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