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코로나 시대 투자, 심리를 경계하라

권소현 기자I 2020.09.07 06: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올해처럼 시장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곤란을 겪었던 적이 없었다. 분석은 경제와 기업실적을 기초로 해야 하는데 주가와 경제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어떤 한쪽을 일방적으로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는 괜찮은 편에 속했다. 6월에 생산, 투자, 소비 모두가 크게 증가했고, 수출 역시 한자리 수 감소를 기록하는 등 실물 부문이 빠르게 나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은 일부 개선된 경제 수치를 내놓았지만 변수 사이에 일관성이 없고 개선된 지표의 상당수가 심리 지표여서 우리보다 신뢰성이 떨어졌다.

앞으로가 문제다. 선진국에 이어 2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자19) 확산으로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이다. 이는 국내에서 아무리 방역을 잘해 경제의 불씨를 살려도 해외 경제가 좋지 않으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선진국의 성장 모멘텀이 꺾인 상태에서 우리도 질병으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돼 경기 회복이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은 기업실적에도 적용된다. 미국의 기업실적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8월 말 기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2.8배로 2000년 IT 버블 당시 최고치인 25.2배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 미국시장의 PER이 1930년 이후 가장 높았음을 고려하면 지금 미국 시장이 편안한 상태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기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작년 유가증권시장의 연간 순이익은 77조였다. 현재 시가총액이 1600조니까 작년 순이익으로 계산한 PER은 21배가 된다. 현재 주가가 기업 이익의 평균 21배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내년 8월까지 이익이 아주 잘 난다고 가정해도 해당 수치는 13배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지난 15년간 평균보다 대단히 높은 수준이어서 고평가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이익은 좋지 않다.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감소했다. 순이익도 27% 줄었다. 기업이익이 이렇게 부실하다 보니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계속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위안거리도 있다.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1분기보다 각각 19%와 25% 늘었다. 이익이 개선됐지만 크게 반길 일은 아니다. 매출액이 9% 줄었는데 비용 감소가 이익을 늘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기업의 활동성이 떨어져 과거에 영업을 위해 들어가던 돈이 2분기에 줄었는데 이런 형태는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주가는 미래의 기대를 반영한다. 지금 이익이 좋지 않아도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으면 현재 실적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반기에 코로나19가 실적에 집중 반영됐고 그래서 좋지 않은 숫자가 나왔지만 질병이 약해질 가능성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문제는 이익 감소가 올해 상반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이익이 재작년보다 40% 넘게 줄었다. 이런 상태에서 올해 또 감소했기 때문에 내년에 실적이 어지간히 개선되지 않는 한 주가와 펀드멘털 사이에 격차가 해소되기 힘들다.

투자는 이성으로 시작하지만 본능으로 끝난다. 처음에는 경제 상황, 기업실적 등을 따지지만 주가가 한쪽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면 그런 건 관심권에서 멀어진다. 탐욕이나 극도의 위험 회피 심리가 발동해 심리적 부분이 시장을 좌우하게 된다. 지금은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경제와 기업실적을 대신하고 있다.

주가가 오른 만큼 투자 심리가 급해졌지만 그런다고 이익이 나는 게 아니다.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아직은 하락과 관련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아무리 강한 유동성 장세도 끝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수익보다 위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경제와 기업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펀더멘탈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를 때 시장에서는 이를 버블이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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