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과 방패] 합당한 징계 VS 면죄부 통로

e뉴스팀 기자I 2020.10.08 07:31:32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제명과 탈당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정당은 강경하게 대처했고, 당사자는 책임졌다고 이해하면 끝날 일인지. 그러니 더 이상 들추는 것은 과한 것일까.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마뜩잖다. 여의도 정가에서 제명과 탈당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제명과 탈당이 도피 통로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 입장에서 제명은 상대 당 공격을 차단하는 방패막이다. 또 개별 의원에게 탈당은 의원직을 유지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제명과 탈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계산이 반영된 꼼수라는 점에서 그렇다. 제명과 탈당은 자신에는 관대하고, 상대에게는 서릿발 같은 이중 잣대 연장선상에 있다. 앞선 제명과 탈당, 복당 행태에서 확인된다. 대부분 복당돼 면죄부를 받았다. 엊그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의원은 “잠시 당을 떠나있겠다. 의혹을 소명하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빈말이 아닐 것이다.

당사자에게 제명과 탈당은 치명적 약점이다. 강제적이든 자발적이든 무소속 신분이 된다는 것은 처량하다. 21대 국회에서 제명·탈당한 의원은 벌써 4명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김홍걸·이상직 의원과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무소속 명찰을 달았다. 앞서 민주당은 양정숙 의원을 제명한 바 있다. 하나같이 드러난 흠결은 간단치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의원은 제명 처분됐다. 민주당이 지향하는 부동산 정책 취지에 맞지 않고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서울 강남 등에 분양권을 포함해 아파트 4채를 보유한 김 의원은 재산을 축소 신고해 도마에 올랐다. 20대 아들에게는 20억 원 상당 아파트를 증여해 논란을 불렀다. 더구나 전세 보증금을 61%(4억원)나 올려 문제가 됐다.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 이후 며칠 뒤, 김 의원은 전세금 인상을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개정안은 상한 폭을 5%로 묶었다.

이상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은 대량 해고와 임금 체불 논란에 휩싸였다. 이스타항공 직원 1500여명은 9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체불임금만 26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와중에 이스타항공은 605명에 대해 해고를 통보해 논란을 키웠다. 또 경제력이 없는 자녀들이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가 된 배경,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재직 당시 불투명한 잦은 해외 출장까지 겹쳤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은 이해충돌 금지 규정을 어겼다. 박 의원은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을 지냈다. 그런데도 20대 국회 내내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피감기관으로부터 1,000억원 상당 공사를 수주, 이해충돌 논란을 촉발했다. 여기에 더해 채용 비리 의혹까지 불거졌다. 전문건설협회 임원 재임 당시 조카를 포함 25명을 부정 채용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들이 보인 행태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염치없는 짓이다. 국민에게는 5% 이내에서 보증금을 올리도록 강제하면서 정작 자신은 60%를 올렸다. 또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민주당 의원은 임금 체불과 대량 해고를 자행했다. 박덕흠 의원은 피감기관의 부정채용은 질타하고, 뒤에서는 친인척과 측근 자녀를 부정 채용했다. 그런데도 김홍걸 이상직 박덕흠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형사처벌도 피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아마 이들은 소나기만 지나가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명과 탈당으로 여론이 무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알량한 동업자 의리를 우선하는 국회 윤리특위가 가장 큰 문제다. 정당 규정도 물렁하다. 두 당 모두 당헌·당규는 ‘제명되거나 징계 회피를 목적으로 탈당한 경우 5년 이내 복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무위 또는 최고위 의결을 통해 5년 이내 복당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여론이 잠잠해지고,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되면 슬그머니 복당할 여지는 충분하다. 내편 네 편 따지지 말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편이라고 무조건 감싼다면 이런 행태는 반복되고 정치는 신뢰를 잃게 된다. 관용은 그런데 베푸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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