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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위기·기회 대응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고도화해야”

박순엽 기자I 2023.06.16 09:04:40

SK그룹, 1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서 ‘확대경영회의’ 열어
최태원 “시나리오 맞춰 즉각·체계적 대응하도록 훈련해야”
“글로벌 시장, 여러 변수 동시 고려해야…그룹 차원 대응”
최태원 회장·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주요 CEO 30여명 모여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금 우리는 과거 경영 방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 있습니다. 미·중 경쟁과 이코노믹 다운턴(경기 침체), 블랙스완으로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기 변수들은 물론,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 경영을 고도화해 나가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미·중 경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각종 위험 변수들과 기회 요인에 맞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미래 예상되는 여러 시나리오를 도출해 시나리오별 전략을 미리 세우는 경영 기법이다.

최 회장은 축구 선수들이 여러 상황에 맞는 세트플레이를 평소에 반복 연습하면 실전에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골로 연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언급하며 SK그룹 역시 다양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 시스템과 모든 임직원의 역량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회장 “경영환경 변화 시 조직·자산 신속한 변화 필요”

이날 최 회장은 그룹이 그동안 추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에도 시나리오 플래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파이낸셜 스토리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도출해보고, 이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 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의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액·영업이익 등 기존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고객·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 성장에 속도를 내자는 전략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20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이의 추진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그룹사들은 이듬해 실행 원년을 선언했다.

최 회장은 이어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Signpost·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며 “이 같은 징후들이 나타날 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SK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회장은 글로벌 전략 재점검도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은 옛날 같은 하나의 시장이 아닌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그 시장 하나하나에 SK의 의미와 상황을 담아낼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사별 대응은 힘들기도 하고 속도도 잘 나지 않으니 그룹 차원으로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각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조대식 의장 “다른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 제고 방안 찾아야”

이날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 경과 등을 분석한 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조직의 빠른 의사결정과 혁신을 주도하고, 파이낸셜 커뮤니티 등 외부에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직접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파이낸셜 스토리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도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CEO는 사업에 대한 통찰은 물론 이에 기반한 실행 리더십, 가치 지향적 인격 등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동안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자산 효율화 등을 추진해왔으나 파이낸셜 스토리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까지와는 완벽히 다른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 제고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8월 열리는 ‘이천포럼’, 10월 열리는 ‘CEO 세미나’와 함께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연례회의다. 이번 회의엔 최 회장을 포함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부회장, 조대식 의장과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명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주요 관계사 CEO들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산업 위기 대응과 경영 역량 제고를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공유하고, 관계사별 비즈니스 모델 변화 추진 방향과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글로벌 시장 변화 상황에 대해 듣고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 사례 등을 놓고 토론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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