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자꾸 복잡해지려는 단통법

김현아 기자I 2020.07.13 07:47:55

호갱방지법이었던 단통법, 시대적 역할 끝나
정부·KISDI·업계 단통법 개선안 실망
번호이동 더주고 주2회 공시해도 가격경쟁 활성화 한계
장려금 규제는 기업간 거래 개입..경쟁 위축
단통법 폐지 논의할 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시장 경제를 부인한 입법 의지 과잉이었을까요. 2014년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더이상 덧칠을 해도 밑그림을 망쳐 회복이 불가능한 그림 신세가 돼 버렸습니다.

시행 당시에는 휴대폰 지원금 공시제와 부당한 이용자 차별 금지를 통해 ‘호갱님(어수룩해서 속이기 쉬운 손님)’을 없애고 유통구조를 혁신하자는 취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용자에게 정확한 상거래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는 퇴색했고 단말기를 싸게 팔면 불법이 되는 이상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KISDI·업계 단통법 개선안 실망

지난 10일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학술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날 염수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업계·유통인들과 진행한 협의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통법 개정 방향’을 발표했죠.

주요 내용은 ①공시지원금의 합리적 차별 허용, 추가 지원금 폭의 확대 , 지원금 공시 주기 단축 등 단통법 유지 속 경쟁 촉진 방법과 ②휴대폰 유통점이 받는 장려금까지 규제하고, 커뮤니티·쇼핑몰·네이버 등 온라인 중개서비스 회사들이 불법 지원금 광고 등을 한 판매점에 대해 단통법 위반시 조치 요구를 할 수 있는 근거마련 등입니다.

한마디로 단통법 논란이 뜨거우니 예전보다 경쟁은 조금 풀어주고, 법적 안정성을 위해 도매 시장 규제는 강화하겠다는 얘기죠.

하지만, 협의회 결론대로 현재 번호이동과 신규가입·기기변경 시 똑같이 받아야 하는 지원금을 번호이동때 더주게 허용한다든지, 유통점이 자율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에서 더 넓힌다든지, 지금은 1주일에 한번만 공시하는데 이를 1주일에 두번한다든지 하는 것으로 단말기 유통시장 경쟁이 활성화될지는 의문입니다.

정부든, 국회든 아니 알파고가 나선다고 해서 어느정도로 규제를 완화해야 단통법 시행 전보다 얼어붙은 단말기 유통시장 경쟁이 활성화돼 소비자들이 가격경쟁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쟁을 촉진하겠다면서 기업간 거래인 장려금까지 규제하고 온라인 시장의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점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접촉) 소비가 대세가 되고 있는데, 법은 오히려 온라인 판매 중개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단통법 폐지 논의 시작할 때

이제 단통법 폐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비판이 나오면 땜질하는 식으로 단통법을 손질하는 것으론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쟁법 전문가인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이용자 차별이라는 문제는 사라진 적 없다”면서 “지원금 상한제나 논의 중인 장려금 규제가 제대로 준수되기 어렵고 특히 장려금 규제는 경쟁 촉진이나 이용자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단통법은 왜 유지돼야 할까요? 단통법이 시행돼 이동통신회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일부 통제하고 정부가 원하는 설비투자나 서비스 경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단말기 재고나 총알(마케팅 비용)이 부족해지면 정부의 단통법 규제를 끌어들인 통신사마저 있었죠.

하지만, 언제까지 통신사들이 정부나 법에 경영 계획을 의지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TV도 노트북도 어떤 시장에서도 법으로 유통 방식을 강제하진 않습니다. 국민 안전이나 환경 문제 등을 일으키지 않는다면요.

21대 국회에서는 단통법이 꼭 폐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통법을 폐지해 휴대폰 가격 경쟁을 전면화하고, 중소 유통점과 통신사·제조사간 거래에 대해선 공정거래법으로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게 어떤가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통신서비스 가입과 유통을 분리하는 휴대폰 완전자급제를 찬성하지만, 이 부분 역시 법으로 하는 게 단통법처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지 걱정됩니다.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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