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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 63. '차 없는' 런던 올까?

한정선 기자I 2018.07.06 08:00:00
차량 등이 붐비는 런던 시내(사진=이민정 통신원)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유럽연합(EU) 집행부 환경위원회가 영국이 지속적으로 EU가 정해놓은 대기오염 물질 이산화질소(NO2) 배출 기준을 넘겼다며 영국을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최근 제소했습니다. 영국은 재판에서 지면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벌금을 물 수도 있습니다.

카메루 벨라 EU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환경위원회는 유럽연합 국민들이 깨끗한 공기를 누리게 할 책임이 있다”며 “(이산화질소 배출 기준을 어긴 국가들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요청하는 것은 EU 시민들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산화질소 배출 기준치를 넘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등도 유럽 사법부에 회부됐죠.

그는 이들 국가는 수차례 차량 등이 내뿜는 이산화질소 배출 수준과 관련해 EU 집행부의 경고를 받았지만 공기 질 개선에 대해 눈에 띄는 노력을 하지 않으며 성과도 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앞서 영국 사법부에서 처리된 공기오염과 관련된 각종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한 바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번 EU의 영국 ECJ 회부를 두고 현재 영국이 EU에 속해 있기 때문에 EU가 적극적으로 회원국의 환경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지만 영국이 내년 3월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이 같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영국 정부가 공기 질이나 환경 개선 등을 하도록 압박하는 장치가 없어 환경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오염 정도가 심한 곳 가운데 하나가 런던입니다. 공기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각종 연구나 조사 결과를 보며 런던 공기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런던의 공기오염 정도가 ‘위기’에 처했으며 나쁜 공기에 취약한 수천 명의 사람을 사망으로 내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올해 영국 의회 하원의 4개 위원회는 공동 조사에서 공기오염은 국가 건강 비상사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었죠.

런던시는 공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매연을 많이 내뿜는 오래된 디젤차량을 단계적으로 없애고, 런던 중심가에 매연세를 도입하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사람들이 덜 붐비는 곳으로 우회해 다니면서 사람들이 매연에 덜 노출 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도 했었죠.

이에 더해 공기오염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더욱 급진적인 방안이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런던시는 올해 시의 각 구역별로 ‘차 없는 날’ 도입을 구상 중입니다. 올해의 성과가 좋을 경우 내년에는 런던시 전체에 차 없는 날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런던시는 이미 런던에서 특별한 행사 등이 열릴 경우 차량 제한 등을 통해 공기오염 정도를 조절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기는 하지만 차 없는 날이 도입될 경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지요.

사디크 칸 런던시장 대변인은 “런던 시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한편 걷기와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을 권장하고, 매연을 내뿜는 차량 이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여러 방면에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롤린 루카스 영국 녹색당 공동대표는 “차 없는 날 도입은 런던으로서 의미 있는 행보”라면서도 “공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기오염 문제를 앓고 있는 도시들 가운데 차 없는 날을 도입한 곳들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런던도 이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었죠.

차 없는 날을 도입하면 그날만큼은 시민들이 공기 질 개선을 체감할 수 있으며 규칙적으로 시행할 경우 점차 오염도를 낮추고 차 없는 생활에도 익숙하게 만들어 점진적으로 거리에서 매연을 내뿜는 차량의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인 것이죠.

프랑스 파리는 앞서 수차례 차 없는 날을 시행했었는데 2015년 9월 첫 시행일 매연이 40%나 감소하는 효과를 봤죠. 작년 10월에는 파리 중심가 40제곱마일 이내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날을 운영하기도 했었죠. 다만 응급차나 택시 등은 허용했으며 응급상황이라 개인의 차를 이용해야 할 경우는 속도를 20mph(약 32km/h) 지키는 선에서 허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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