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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가족경영 기업 '고령 총수' 리스크…승계작업은?

권소현 기자I 2015.08.09 13:28:27
△왼쪽부터 스탠리 호 SJM홀딩스 회장,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자동차 회장, 루시오 탄 필리핀항공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리샤오키 핸더슨랜드그룹 회장, 리카싱 청쿵프라퍼티 홀딩스 회장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아시아 가족경영 기업 대표들이 대부분 80~90대라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이번 롯데그룹의 ‘왕자의 난’을 계기로 고령의 기업 총수 리스크가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싸움을 소상히 다루면서 80~90대 고령의 아시아 부호 6명의 경영권 승계 상황을 소개했다.

제일 먼저 마카오 카지노 왕인 스탠리 호(93세)를 꼽았다. 스탠리 호 SJM홀딩스 회장은 2007년 뇌수술을 받은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11년 31억달러에 달하는 재산 대부분을 가족에게 넘겨줬지만 지분 배분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다툼이 벌어졌다. 네 명의 부인 사이에서 17명의 자녀를 낳은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첫째 부인은 세상을 뜬 상태였고 지분 절반을 셋째 부인인 이나 찬에게, 나머지 절반은 둘째 부인 루시나 램의 자녀 5명에게 주겠다고 밝히자 넷째 부인인 안젤라 렁과 다른 자녀들이 반발했다.

결국 네 명의 부인과 17명이 자녀가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재산을 똑같이 나눠갖는데 합의하면서 3개월 만에 분쟁이 마무리됐다. 이 분쟁은 아시아 가족경영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두 번째는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자동차 회장(85세). 은행원이었던 오사무 회장은 일본 4위의 자동차 회사인 스즈키 창업자의 손녀와 결혼하면서 1958년 평사원으로 스즈키자동차에 입사했다. 이후 20년 후인 1978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취임 후 회사를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키운 오사무 사장은 회장 취임 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적부진에 시달리자 2008년 말 대표이사 회장 겸 사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현역 최고령 CEO로 재계 어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로부터 6년 반이 지난 지난달 1일 장남인 스즈키 도시히로 부사장에게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줬다.

세 번째는 필리핀의 억만장자인 루시오 탄(81세) 필리핀항공 회장. 중국인이지만 필리핀에서 사업을 벌여 거부 반열에 올랐다. 필리핀 2위의 맥주회사인 아시아 브루어리를 비롯해 은행과 담배, 부동산, 항공, 광산업 등 영위하면서 15억달러 가량의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시오 탄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후계구도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다.

네번째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92세)을 꼽았다. 한국 재계 서열 5위 그룹이지만 후계자에 대한 마음을 바꾼 이후 두 아들이 경영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섯번째로 리샤오키(87세) 핸더슨랜드그룹 회장을 들었다. 호텔과 부동산 사업으로 홍콩 2위 갑부로 꼽히는 그는 고령인 만큼 후계구도를 세워야 할 시기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현재 그의 두 아들이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첫째 아들인 피터 리는 중국 본토 사업을, 둘째 아들인 마틴 리는 홍콩 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둘째 아들에게는 지난달 1일 핸더슨랜드의 자회사인 핸더슨인베스트먼트 회장직은 물려줬다.

마지막으로 꼽은 고령 총수는 아시아 최고 갑부인 리카싱(87세)이다. 리카싱은 비교적 순조롭게 경영권 승계를 정리한 경우로 평가받는다. 부동산,통신, 항만 등에서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벌였던 리카싱은 3년 전에 두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첫째 아들인 빅터 리에게 지금의 사업을 물려주되 작은 아들 리처드 리에게는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월지는 크레디스위스의 최근 조사를 인용해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이면서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20%를 넘는 세계 대형 가족경영 기업 중 4분의 3이 아시아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80~90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시아 재벌들이 경영권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은 어른을 공경하는 아시아 특유의 문화와 후계를 임명하는 시스템 부재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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