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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25]②가능성 입증한 폴더블폰…대중화도 가능할까

장영은 기자I 2020.11.25 06:00:00

유연한 디스플레이로 스마트 기기에 확장성·휴대성 더해
멀티태스킹 편리하지만 무게·비싼 가격·내구성은 진입장벽
‘킬러 콘텐츠’가 핵심…본격 개화 위해선 생태계 조성 필수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상용화 수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지만 첫 폴더블폰인 로욜의 ‘플렉스파이’가 출시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폴더블폰이라고 하면 어떻게 폰을 접는다는 건지 쉽게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생소한 개념이었는데요. 이제는 자주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폴더블폰을 쓰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세계적인 유행으로 스마트폰 시장도 직격타를 맞은 가운데, 고가의 폴더블폰은 성장세를 보여 가능성을 입증했는데요.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만대에서 올해 300만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현재 세계 폴더블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폴더블폰의 형태와 기술에도 많은 진보가 있었는데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문승용 이데일리 기자]


우선 폴더블폰의 핵심. 딱딱한 기기를 접을 수 있도록 해주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기술부터 보게습니다. 폴더블폰은 유연성이 높은 소재로 만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화면을 접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접히는 부분의 주름이 너무 심해 거슬린다는 평가가 많았고, 유연성에 집중하다보니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초기 폴더블 디스플레이 주요 소재로는 플라스틱 소재인 투명폴리이미드(CPI)가 주로 사용됐습니다. CPI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강도가 세면서도 수십만 번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생산방식은 기존의 커브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커버유리를 유연한 형태의 소재로 바꾸는 것인데, 여기에 쓰이는 필름이 바로 CPI가 쓰였습니다. CPI의 단점은 긁히는 것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는 겁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폰 디스플레이로 치명적인데요. 실제 제품 출시 후에는 접히는 부분의 주름이 눈에 띈다는 불만도 많았습니다.

이같은 CPI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커버 윈도 소재로 주목을 받은 것이 울트라씬글라스(UTG)로 불리는 초박막강화유리입니다. CPI가 유리와 비슷한 필름 소재라면 UTG는 유리를 아주 얇게 만드는 박막 공정과 특수한 유리 강화 공정을 거쳐 유연성을 갖도록 만든 그야말로 ‘접히는 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UTG는 긁힘에 대한 내구성이 높고, 화면 주름 역시 CPI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유리이기 때문에 화면을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내구성입니다. 스마트폰의 사용 패턴을 생각하면, 하루에 수백 번씩 접었다 폈다 해도 최소한 2~3년은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에서는 폴더블폰 출시에 앞서 기계적으로 20만번 이상의 접고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테스트를 거친다고 합니다. 하루에 180번씩 접었다 폈다 해도 3년간은 문제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인데요. 태블릿과 비슷한 사용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펜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화면 내구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유연성과 함께 구현해야 하는 점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폴더블폰을 접고 펼칠 때 이음새 역할을 하는 ‘힌지(hinge)’ 기술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구조상 힌지를 통해 이물질이 침투하기 쉽고 이는 기기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세한 이물질의 유입을 막으면서도 부드럽게 접고 펼 수 있어야 하고 수십만번의 접고 펴는 동작을 견디는 내구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물질이 기기 본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쓸어내는 ‘스위퍼’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고무, 칫솔, 청소기 헤더 등 99개의 소재를 연구하는 등 견고한 힌지를 개발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부터 출시한 폴더블폰 3종. 왼쪽부터 갤럭시Z폴드, 갤럭시Z플립, 갤럭시Z폴드2. 모두 인폴딩 방식이다.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폴더블폰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접는 방식에 있어서는 책처럼 열면 안쪽에 대화면(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을 배치한 ‘인폴딩’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폴딩 방식은 기술적으로 가장 쉬워 폴더블폰의 최초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습니다. 외부에는 내구성이 높은 디스플레이와 커버를 배치하고 내부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합니다.

화웨이의 첫 폴더블폰인 ‘메이트X’가 바깥쪽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아웃폴딩’을 시도했으나, 내구성과 화면 구현력 등에서 취약성을 보이며 인폴딩 방식으로 수렴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폴딩 방식은 책처럼 수직축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는 방식과 조개껍데기처럼 수평축을 중심으로 상하로 펼쳐지는 방식이 있습니다. 현재는 한번 접히는 수준까지만 개발됐지만 두 번 접는 형태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기술적인 진보와 제품의 다양화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굳이 휴대폰을 접어야 하느냐?’일 것입니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비싼 가격, 큰 부피와 무게감, 떨어지는 내구성 등을 감당하면서 폰을 접어야 하는 이유 말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은 나뉩니다. 폴더블폰이 새로운 사용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있는 반면, 비싼 가격과 ‘킬러 콘텐츠’ 부족으로 당분간 틈새 시장에 머물 것이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침체된 올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 환경에서도 초프리미엄 가격대의 폴더블폰 시장은 견조한 판매를 보였다”며 “혁신적인 폴더블폰 제품에 지속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는 얼리어답터 소비자들의구매 욕구가 시장에서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폴더블폰 판매량은 낮은 생산 수율과 높은 판매 가격, 킬러 콘텐츠 부재 등으로 아직 기존 프리미엄 제품군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폴더블폰의 사용성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에서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큰 화면은 멀티 태스킹과 콘텐츠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게임과 동영상 시청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태블릿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한다면 휴대성에 생산성이 더해지면서 원격근무시대에 필수적인 기기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올해 300만대에서 2023년 368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약 1억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폴더블폰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을 넘어 대중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폴더블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함께 조성하면서 가격도 더 낮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을 고려했을 때 폴더블폰도 100만원대로는 내려와야 대중 상품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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