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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법안 톺아보기]⑥SK하이닉스·CJ대한통운 지분매입 걸린 法

박수익 기자I 2017.05.31 06:35:00

박찬대·채이배 의원 공정거래법…지주회사 지분 요건 강화
상장자회사 최소지분 20%에서 30%로 상향…文 대통령 공약사항
SK텔레콤-하이닉스, CJ제일제당-대한통운 지분매입 이슈 불거져

자회사·손자회사 최소지분비율 10%P 상향시 주요 회사별 추가확보해야하는 지분 현황. 단위는 *, 십억원. (자료: NH투자증권)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새 정부 출범 후 기업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경제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향후 국회가 본격 논의할 관련 법안도 관심을 모은다. 이데일리는 올해 초에 이어 ‘경제법안 톺아보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에 어떤 기업이 영향권에 놓여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 44페이지에는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을 위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규제와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행위제한 요건이다.

<☞경제법안 톺아보기⑤에서 언급한 주된사업요건(지주비율)이란 개념은 지주회사 지정요건이고, ⑥편에서 언급하는 자회사·손자회사 지분비율은 행위제한 요건이다. 지정 요건은 이런 조건이면 지주회사로 지정한다는 개념, 행위제한 요건은 지주회사로 지정되면 이런 것을 지켜야한다는 개념이다.>

◇자회사 최소지분비율 30%→20%→다시 30%으로 높이는 법안

여당에선 이미 관련법이 제출돼 있다. 작년 9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국민의당에서도 채이배 의원이 작년 10월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들어있다. 두 법안 모두 부채비율은 현행 200%에서 100%로 강화하고 자회사·손자회사 최소지분비율도 상장회사는 현행 20%에서 30%,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이다. 손자회사는 사업연관성을 갖춘 곳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강화’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2007년 규제완화 이전으로 되돌리는 내용이기도 하다. 애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은 100%,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은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50%였다. 이 조항이 10년 전인 2007년 규제 완화로 바뀌면서 지금의 기준이 마련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지주회사 체제를 재벌구조의 대안으로 판단해 일종의 ‘당근책’을 사용한 것이다. 규제 문턱이 낮아지자 지주회사 전환의 봇물이 터졌다. 웅진 CJ SK 한진중공업 하이트진로 일진 등이 2007년 규제완화 이후 2년 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코오롱 애경 한국타이어 한진 한라 등 다른 대기업들도 지주회사 전환 바통을 빠르게 이어받았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 법안 왜 ?…지주회사가 소유-지배 괴리 확대

그런데 10년이 흐름 지금 와서 규제완화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공정거래법이 다수 발의되고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지주회사가 지금은 되레 경제력 집중을 심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현물출자 양도차익 과세이연 등 조세혜택이 주어지는데 이러한 혜택은 받으면서 정작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와 경영권 세습용도로만 사용된다는 것이다. 최근 지주회사로 전환한 한진그룹을 살펴보면 조양호 회장의 지주회사 전환 전 대한항공(003490) 지분율(9.63%)은 한진칼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17.83%로 늘었고, 최은영 회장 일가의 한진해운 지분율(5.5%)도 지금의 유수홀딩스(000700) 지분 37.1%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과연 이들 회사의 경영투명성이 높아졌는지도 따져봐야하지만 오너일가는 분할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현금을 쓸 필요가 없었고 세금을 낼 필요도 없었다. 경영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선보인 지주회사가 지금은 돈 들이지 않고 지배권을 확대·상속하는 용도로 쓰인다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가 보유해야할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최소요건을 높여 소유와 지배간 괴리를 조금이나마 더 해소해야한다는 논리가 이 법안에는 담겨있다.

◇ SK 지분비율 맞추려면 4.7조원 필요…“그만큼 법안 실효성 있나”

관건은 법안의 파급력이다. 이 법안이 담고 있는 △부채비율 200%→100% 강화 △자회사·손자회사 최소지분율 확대 △손자회사 사업연관성 요구 등 3가지 내용 가운데 부채비율은 파장이 크지 않다. 현재 162개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40.2%에 불과하다. 주요기업을 살펴봐도 SK나 CJ처럼 지주회사로 전환했거나 삼성물산처럼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 대부분의 부채비율은 100%를 넘지 않는다.

문제는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다. 대표적 사례가 SK이다. SK는 자회사 SK텔레콤 지분 25.2%, SK텔레콤은 자회사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각 30%까지 높이려면 총 4조 7000억원(30일 종가기준)이 필요하다. 하이닉스 지분 가치가 많이 올랐다. CJ제일제당도 CJ대한통운 지분을 현재 20.1%에서 30%로 높이는데 4000억원 가량이 든다.

이들 외에도 2007년 최소지분율 요건을 30%(상장회사 기준)에서 20%로 낮춘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 상당수가 이 기준에 걸린다고 보면 된다. 지주회사 전환 당시 기준이 20%였기에 지분 추가취득에 나서기 보다는 최소지분율을 맞추고 있는 상황.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회사 최소지분율 30%로 높이면 지분을 추가매입해야하는 지주회사는 26곳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30%를 맞추지 못한 곳만 따진 것이고, SK텔레콤-SK하이닉스처럼 자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 현황은 포함되지 않은 통계다. 실질적으론 매입 규모는 더 커진다. 뿐만 아니라 삼성·현대차·롯데처럼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추진하는 기업들도 영향권에 놓인다.

이 개정안의 영향권에 놓여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기업들은 당장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하는데 그만큼의 법안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법은 입법취지와 파급력이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로 회부돼 아직 본격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향후 다른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함께 심사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창림 국회 정무위 전문위원은 지난 1월 검토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요건에서는 20%만으로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어 기업의 소유와 지배의 괴리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 의무보유비율 상향에 찬성하는 견해가 있는 반면 기업의 주식 추가 매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 발생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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