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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구리’로 세계시장 뚫고 ‘비비고’로 현지 도장 깨기

이명철 기자I 2020.12.23 06:00:00

[FTA 16년, 농업이 갈 길]⑧ 해외 개척하는 기업들
관세 철폐 혜택 라면·김치, 올해 농식품 수출효자 등극
농심·CJ 등 해외 직접 진출 속도…개방화 물결 넘어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김무연 기자] 코로나19 우려가 스멀스멀 번지던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에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인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한국 영화계의 낭보는 영화에 나온 음식인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올해 짜파구리를 필두로 한 라면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5억달러를 넘었다.

코로나19로 세계 교역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도 한국 농식품 수출이 성장세를 거둔 데는 라면과 김치 같은 가공 발효 식품들이 큰 역할을 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에 짜파구리 컵라면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류 열풍 탄 K-푸드, 코로나19속 수출 호조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1월 누적 기준 라면 수출액은 5억4970만달러(약 61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28.4%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김치 역시 같은 기간 36.5% 늘어난 1억3150만달러(약 1500억원)를 수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라면·김치의 수출 증대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장기 보관과 가정내 간편 소비가 가능한 비상식품 수요가 늘었다”며 “중국·일본·동남아 중심으로 매운 라면의 인기가 계속되고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한류 확산으로 한국산 라면 인지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김치 역시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정식이 증가하는 가운데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발효식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K-푸드 전도사를 자처한 식품기업들은 다양한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에 열심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시장 개방화 물결에서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직접 판로를 뚫으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 라면업체인 농심(004370)은 1970년대 처음 라면을 수출하기 시작해 현재 전세계 100여 개국에 주력 제품 신라면을 내다팔고 있다.

농심의 해외 수출과 해외법인 매출을 합한 해외 총매출은 올해 약 9억9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4% 성장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영화 ‘기생충’ 영향으로 ‘짜파구리’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치는 각각 ‘종가집’과 ‘비비고’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대상(001680), CJ제일제당(097950)이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종가집 김치는 일본·미국·네덜란드 등 전세계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는 김치 수출액이 전년대비 두배 가량 늘어났다. 비비고 김치도 미국을 비롯해 일본·유럽연합(EU)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 대형마트 김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제공
해외법인 세우고 공장 가동, 수출 장벽 극복

라면과 김치는 FTA 체결로 수출 혜택을 입은 품목이다. 한국이 맺은 FTA 중 가장 영향이 컸던 한·미 FTA로 당시 이들 품목의 관세가 철폐돼 해외시장 진출 부담을 크게 덜었다.

수출국가의 진입장벽을 넘기 위한 해외 현지 직접 진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2005년 미국 LA공장을 가동하면서 본격 해외사업 확대에 나섰고 최근 호주·베트남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에서는 2018년 월마트 전점 입점했으며 2018년에는 미국 내 주류시장 매출이 아시아 시장을 앞지르는 등 안착한 상태다. 중국은 2018년 매출이 20년만에 40배 성장하는 등 신라면을 통한 현지 공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최대 해외시장인 미국의 현지기업을 인수하고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올해는 가공식품인 김스낵의 생산라인을 미국에 구축하며 현지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특히 이 회사의 가공식품 브랜드인 ‘비비고’는 현지를 직접 찾아 승부를 벌이는 ‘도장깨기식’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만두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일본도 매출이 지속 상승세다.

시장 개방화 물결 속 기업들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는 만큼 한류를 바탕으로 한 한국 식품들의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농심 관계자는 “우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고급 제품의 이미지를 고수함으로써 우리의 맛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말을 알리는 것이 해외 사업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K-푸드의 대표 주자라는 생각으로 세계에 한국의 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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