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관용의 軍界一學]여군 이어 또 非육사 발탁…육군 정훈병과장

김관용 기자I 2020.12.09 0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은 군대에 맡겨진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 군사기밀을 제외하고는 사실에 입각해 국민에게 알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부대원들에게도 군의 목표와 정책을 설명하고 외부의 뉴스 등을 제공해 줄 필요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과 기능을 다하기 위해 군은 별도의 병과(兵科)를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정훈’(政訓) 병과입니다.

하지만 대외 홍보와 군내 홍보 및 교육 업무를 통합해 병과로 체계화 시킨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낸 양희완의 저서 ‘군대문화의 뿌리’에 따르면 미군은 1898년 이른바 미서전쟁(미국-스페인전쟁 ) 발발 당시를 군 공보 역사의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미 육군성에서는 통신원 1명을 부관감실(인사·행정)에 파견해 부관감을 통해 군 관련 정보를 육군성 게시판에 게재토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 언론 기자들이 정보를 취득한 것입니다.

軍 사기 고양 임무까지 영역 확대

이같은 보도자료 배포 관행은 1차 세계대전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1914년 육군장관 부관이었던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소령이 공보자료 배포관에 임명됐습니다.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그 맥아더 장군입니다. 특히 그의 노력으로 프랑스에 주둔하고 있던 존 조지프 퍼싱 장군의 참모부에 보도반을 두기도 했습니다.

1918년 미군은 육군 정보참모부에 홍보부를 설치했으며 1921년에는 보도부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1941년에 와서야 미 육군은 독립된 홍보국을 만들었습니다. 행정, 정보분석, 기획, 사진, 라디오 및 특수업무반 등을 편성해 조직을 체계화 한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 육군 홍보국은 입대 장병 수가 급증하자 대민 홍보는 물론 장병의 사기 유지와 정보 제공, 이들에 대한 교육업무까지 담당하게 됐습니다. 이어 부관감실의 ‘사기복지부’의 임무까지 이관받아 영역을 확장하면서 ‘홍보 및 교육처’로 개칭했다가 1947년부터 ‘군 정훈처’로 정착했습니다.

육군 자료사진 [출처=육군 홈페이지]
무형전력 강화·軍 홍보의 ‘첨병’

즉, 정훈은 군의 무형전력을 강화시키는 병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안보관, 군인정신, 사기 등 우리 군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군의 활약상과 군사활동 전반을 올바르게 알리는 것도 이들입니다.

우리 군의 정훈 조직과 활동은 광복군 태동기부터 시작돼 1948년 국군조직법에 따라 국방부 정훈국(정치국)이 처음으로 설치됐습니다. 이후 육군은 1949년 5월 12일 육군본부에 정훈감실을 편성해 정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66년 10월 4일 정식으로 정훈병과를 창설하기에 이릅니다.

홍보 기능에 중점을 둔 미군과는 다르게 우리 군의 정훈병과는 사상과 이념무장을 강조하던 시대에 ‘정치훈련(政治訓練)’의 약어로 만들어진 병과명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정훈병과를 ‘공보정훈’(公報正訓) 병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원활한 국민과의 소통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정훈병과의 ‘정’자를 정치 ‘政’에서 바를 ‘正’으로 바꿔 군의 정치적 중립과 장병들에 대한 올바른 교육 기능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非육사 출신 병과장 발탁

최근들어 정훈병과에 파격 인사가 잇따랐습니다. 2년 전 43대 정훈병과장에 박미애 준장을 임명한 것입니다. 1988년 여자정훈장교 3기로 임관한 그는 육사 출신들이 사실상 독점했던 정훈병과 첫 여성 병과장에 발탁됐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박 장군은 제47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과 48대 서욱 총장, 49대 남영신 총장까지 3명의 육군참모총장을 보좌했습니다.

이어 육군은 지난 3일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학군26기 출신인 노재천 대령을 준장으로 진급시켜 정훈병과장에 내정했습니다. 2회 연속 정훈병과장을 비(非) 육사 출신을 선택한 것입니다. 학군 출신 정훈병과장 발탁은 역대 두 번째입니다. 1991년 배영복 29대 정훈병과장이 학군 출신 첫 병과장이었으니, 그로부터 29년 만의 일입니다.

그가 육사44기와 동기 뻘로 사실상 전역을 앞둔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에 육사50기와 함께 준장으로 진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발탁 배경에는 지난 9월 취임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남영신 총장 역시 1948년 육군 창설 이후 72년 만의 최초 학군 출신 총장, 1969년 첫 육사 출신 총장 이후 51년 만에 나온 비육사 출신 총장으로 기록됐습니다. 두 사람은 과거 위관 장교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육군 수장과 참모로 만난 이들이 ‘내일이 더 강한 육군’을 만들어 가는 여정에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