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어른거리는 '자산 인플레' 그림자

권소현 기자I 2021.03.02 06:0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저자

백신보급 효과가 나타나며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로 (해외) 장기금리가 상승하며 주식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2.2%를 넘어섰다. 경기가 정상화되어 소비수요가 살아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도 등장했다. 경기회복으로 많이 풀린 돈이 돌기 시작하면 물가불안이 커질 것이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물가는 통화량과 화폐 유통속도에 비례하여 오르고 내린다는 화폐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이 맞는다.

20세기 후반 경기부양과 자국 화폐가치 하락을 위해 경쟁적으로 유동성을 팽창시키다 보니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물가불안이 각국의 골칫거리였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실질소득 감소효과로 열심히 일해도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어 자산가가 아닌 보통사람들을 절망으로 이끈다. 인플레이션 해악에 진절머리를 내다보니 선진국들은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통화정책 제1목표를 두었다. 바이마르공화국 시대의 악성 인플레이션을 반면교사로 하여 물가안정을 이룩한 독일연방은행을 거울삼으려 했다. 뉴질랜드나 캐나다의 정책 목표는 제로인플레이션(zero inflation)이었다.



그런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통화량을 풀어도 (일반)물가가 오르지 않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현상이 벌어져 ‘통화주의 강령’을 무색하게 하며 각국 중앙은행을 당황케 하였다. 예컨대,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그린스펀이 의장이었던 연방준비제도는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유동성을 큰 폭으로 완화해도 물가가 오르지 않자 경제성장을 유도하려 통화팽창 정책을 계속하였다. 2004년에는 재무부채권(1년) 실질이자율이 금본위제 폐지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넘치는 유동성이 물가인플레이션 유발 없이 저신용등급 주택금융(sub prime mortgage)으로 몰려들었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며 전미주택가격지수가 2000년 100에서 2006년에는 무려 262로 폭등했다. 게다가 증권화를 금융혁신과제로 여기면서 부채증권의 유동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관련기관의 부채와 자산 규모를 파악하지 못할 지경으로 치달았다. 뒤늦게 허겁지겁 금리를 올려 2007년에는 명목금리가 무려 5%에 이르며 지불불능사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되어 리먼브라더스 같은 대형금융그룹으로 옮겨가고 어느 결에 전 미국으로, 다시 전 세계로 번졌다.

2008년 금융위기는 경제체질 변화로 돈을 풀어도 (일반)물가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을 간과하고 저금리 유동성을 한없이 팽창시키다 발생한 재앙이었다. 물가안정은 금융정책 성공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으로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만들어내는 공급충격(supply shock)이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통신혁명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가 간편해지면서 유통단계축소로 중간마진이 줄어들어 물가안정에 기여하였다. 세계화로 지구촌장벽이 낮아지며 상품이동이 용이해졌고 기후변화에 따른 일시적 물가불안을 감소시켰다. 더하여 빈부격차에다가 고령화에 따른 수요부족 사태도 무시할 수 없다.

백신효과로 어느 정도 경기회복과 함께 소위 ‘보복적 소비’도 늘어나 물가가 꿈틀거릴지 모르나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생산성이 갈수록 높아져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 공급능력 확충은 계속될 것이다. 큰 자본 없이 천문학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점점 늘어나는 환경에서 실물생산부문으로 유동성 대이동도 없을 것이다. 인구감소, 고령화에 따른 수요부족 현상도 당장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재정적자를 동반하며 확대될 유동성이 갈 데가 없어지며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다. 다시 말해, 자산 인플레이션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거품을 동반하며 지구촌 어디서나 어른거릴 것으로 짐작된다. 재정적자 확대 방지 노력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중앙은행 독립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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