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투자에 영향 주는 기후변화, 기업 공시에 반영"

이정훈 기자I 2020.11.26 06:16:00

美연준, 금융시스템 위험요인에 기후변화 첫 포함
ECB도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시 기후변화 반영 고려
이안 던롭 "기후변화로 멀쩡한 사업 접어야할 수도"
"투자자들에게 기후변화 위험 투명하게 공시해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이달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가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이라고 적시했다. 기후변화 이슈로 인해 자산가치가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연준이 금융의 위험요인으로 기후변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안 던롭 회장


연준은 보고서에서 “폭풍이나 홍수, 산불 등의 위험으로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가치가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며 “그뿐 아니라 지구의 평균 기온, 해수면 상승 위험에 따라 투자심리 변화가 누적되고 금융시장 예측이 어려운 도미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는 물론 금융회사나 금융당국도 이제부터 이런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질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연준의 변화에 대해 로마클럽 회원이기도 한 이안 던롭 세이프 클라이미트 호주 회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 20개국(G20)이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FSB) 산하에 있는 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며 “FSB를 이끌고 있는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가 각 국 중앙은행에 이를 제안했고 그나마 연준은 뒤늦게 동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얘기대로,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미 지난달 “2022년부터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회계상에 반영하는지를 보고 건전성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고 금융회사들에게 통보한 바 있다.

던롭 회장은 “자산가격도 기후변화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정 기업을 예로 들면, 지금은 멀쩡하게 잘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라도 특정한 환경 규제로 인해 규모를 줄여야할 수 있고, 2030년 이후와 같이 특정 시기가 되면 아예 사업을 접어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업들도 경영에 있어서 기후변화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달 초 CNN비즈니스는 9조달러(원화 약 114조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영국 최대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 독일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 등 유럽 대표 기업 36곳에 서한을 보내 회계처리 과정에서 기후 리스크를 누락시키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 투자자들은 서한에서 “회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후변화 리스크를 배제하는 것은 주주들의 투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며 “더 나쁜 것은 이것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던롭 회장도 “이미 몇몇 산업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지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영위하는 사업이 이런 위험에 얼마나 크게 노출돼 있는지를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시하는 일은 중요하며 TCFD 권고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을 재무 위험에 반영해 공시하는 쪽으로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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