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위공직자ㆍ정치인, 대형 사기에 왜 단골로 얽히나

논설 위원I 2020.10.19 06:00:00
정·관계를 들쑤시고 있는 라임, 옵티머스 사기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됐거나 피해까지 입은 고위 공직자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 현직 의원들에 이어 야당 의원과 검사들까지 로비 의혹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파장은 확산일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지난 2월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동원해 이 사기펀드에 무려 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옵티머스에는 경제부총리, 검찰총장, 은행장을 지낸 전직 고위 인사들이 자문역등으로 포진해 있어 정·관계 로비에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형 사기사건때마다 예외없이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거론되는 것은 여전히 자기 관리가 허술한 탓임을 부인할 수 없다.

라임사태로 구속된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로부터 지난해 7월 5천만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시 이씨의 주위를 조금만 신경써 들여다 봤다면 면담을 피할 수도 있었다. 당시는 이미 라임펀드의 부실 운용 등 적신호가 켜져 있었던 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민주당 기동민의원도 정치자금과 고가 양복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고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실제 사기펀드 내부인들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한 뒤 사실은 자신이 가로챈 것으로 드러난 전례가 많아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사기범들이 공직자들의 유명세를 이용하게 된 경과만큼은 분명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진영장관도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옵티머스측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해왔던 터여서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 등을 관장하는 진 장관의 투자가 이해충돌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진 장관의 투자 내용도 적시되어 있어 사기범들이 다른 투자자 유인을 위해 진 장관을 활용했을 수도 있다. 높은 수익률을 좆는 일반 투자자와 똑같은 행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깊은 고민 없는 공직자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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