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원전 영토 넓힌다”…전방위 수주전 나선 한수원

문승관 기자I 2020.09.24 06:00:00

올들어 체코·불가리아·폴란드·슬로베니아·우크라이나·루마니아 등과 논의
상업 원전 건설 포함해 정비·해체에 이르는 ‘원전 전주기 산업’ 진출도 모색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동유럽 원전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한국형 원자로를 내세워 신규 상업 원전건설에 나서는 한편 정비에서 해체에 이르기까지 ‘원전 전주기 산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국내에서 신규 원전사업을 더는 할 수 없게 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체코와 우크라이나, 폴란드, 헝가리 등은 원전을 ‘온실가스 무(無)배출 전원’으로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어 한수원으로서도 새 사업 기회다.

◇원전 수출 불 댕겨…4년 만에 우크라이나 재진출 타진


2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공사인 에네르고아톰(Energoatom)과 화상 회의를 열고 현지 원전 사업에 입찰 의지를 전달했다. 올해 체코와 불가리아에 이어 4년 만에 우크라이나 원전시장에 다시금 출사표를 던지며 해외 원전 수출 확대에 불을 댕기고 있다. 에네르고아톰은 우크라이나에 원전 15기를 운영하고 전체 전력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한수원과 에네르고아톰은 우크라이나 서부 리브네주 신규 원전 건설을 논의했다. 에네르고아톰은 한수원의 한국형 원전인 APR-1400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고 원전 부품 수출과 기술 협력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리브네 원전은 현재 4호기까지 건설해 운영 중이고 5호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에네르고아톰은 리브네 원전 5호기뿐만 아니라 남우크라이나 원전 4호기, 자포리체 원전 7호기 등 1400㎿급 신규 원전 3기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APR-1400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자로다. 발전용량은 1400㎿ 규모이며 최대 60년까지 원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APR-1400이 2017년 유럽 사업자 요건,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을 얻으며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입증하자 동유럽 국가에서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습(사진=체코투자청)
한수원은 현재 우크라이나 이외에도 체코와 불가리아, 폴란드에서 신규원전 수주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체코에서 12월부터 진행할 1200㎿ 규모의 두코바니 신규원전사업 입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재훈 사장은 이달 초 직접 체코 현지를 방문해 수주활동을 진행했다.

또 한수원은 폴란드 정부가 2043년까지 약 21조원을 들여 신규원전 6기를 건설하는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폴란드는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포함한 ‘2040 국가에너지정책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불가리아 정부가 벨레네 원전 건설재개를 위해 모집하고 있는 전략적투자자(SI) 우선협상자(숏리스트)에 포함됐다. 러시아 원자로 노형(VVER) 1000㎿급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리스크를 검토한 뒤 불가리아 정부와 협상에 임할 계획이다. 원전 건설을 비롯해 기기공급사로 참여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차세대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의 모형도(사진=한수원)
◇“애프터 원전 시장 잡아라”…원전 전주기 산업 진출 모색


한수원은 주력산업인 중·대형 상업 원전 건설뿐 아니라 운영과 정비·해체에 이르는 ‘원전 전주기 산업’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1, 2호기가 상업운전 중이며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대형 설비개선 사업을 차례로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들 원전에서 운영정비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입찰을 진행할 예정인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사업에 대비해 국내 협력사와 공동으로 ‘팀코리아(입찰 전담조직)’를 구성해 입찰서 작성과 수주활동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에네르고아톰도 흐멜니츠키 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승인받은 후에 유지보수를 위해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을 접촉했다. 이달 초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체코 원전 관련 기업인 NUVIA, I&C Energo, TES, MICO 4개 회사 대표를 만나 원전 전주기 협력 체계 구축과 원전 운영·정비, 연구개발(R&D)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지화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정 사장은 “수십 년간 운영정비 경험을 활용해 가동 원전의 엔지니어링과 설비개선 분야 해외시장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국제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그 결과 올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노내핵계측 기자재 공급과 루마니아 방폐물저장고 타당성 평가 용역을 수주했고 슬로베니아 복수기 자성이물질 공급사업 수주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동유럽 국가가 원자력 발전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어 새 원전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체코, 헝가리 등에서 원전을 온실가스 무배출 전원으로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많은 동유럽 국가가 원전을 운영하고 있어 노후원전의 시설 개선과 신규원전 건설 수요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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