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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유튜브, 공짜 성공은 없다

이성재 기자I 2020.01.09 07:00:00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영상콘텐츠를 말할 때 이제 유튜브는 절대적이다. 보고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유튜브를 개설했다고 구독을 요청하는 주위의 부탁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기자가 몸 담은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유튜브 채널을 5개나 개설한 경험이 있다 보니 ‘품앗이’란 생각에 구독을 꾹 누른다. 가히 유튜브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에 의사를 제친 유튜버가 3위에 올라섰다. 이 같은 상황을 증명하듯 지난 5일 코엑스에서 열린 ‘교원 딥체인지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에서 인터넷방송을 체험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튜디오’ 부스에 초등학생들의 긴 줄이 포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낮은 진입장벽이 매력인가 보다. 최소한 유튜버가 되는 데 학벌·나이·성별은 필요치 않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누구에게나 성공을 맛보게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짜 성공은 없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들을 개설하면서 경험한 것은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지만 성공한 유튜버가 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방대한 자료와 영상이 살아숨쉬는 유튜브가 정작 이용자의 마음을 훔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이 경험은 지난해 개설한 채널 중 하나인 ‘유튜버 인명사전’에 그대로 반영됐다. ‘유튜버 인명사전’은 말 그대로 유명 유튜버를 인터뷰해 모은 채널이다. 시작은 단순했다. 그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기발한 아이템과 콘텐츠는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어떤 장비를 쓰고 어떻게 편집을 하는지, 그래서 월소득은 얼마인지 등 겉으로 드러난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도전과 준비, 고충과 일상을 알게 되며 생각이 점점 바뀌었다. 조회수와 구독자, 시청시간이란 ‘유튜브 벽’을 극복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단 물리적인 장벽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클릭을 초초하게 기다리며 벌이는 자신과의 싸움까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튜브를 시작할 때 ‘돈’을 기대한다. 사실 유튜브가 새로운 수익창출의 도구인 것도 맞다. 유튜브의 확장가능성이 커질수록 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결과물을 단순히 돈으로만 생각한다면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터는 될 수 없다. 구독자가 먼저 알고 등을 돌릴 테니까 말이다.

돈만이 목적일 때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투렛증후군(Tourette syndrome·틱장애) 증상을 과장해 돈벌이 수단으로 유튜브를 이용한 ‘아임뚜렛’는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이제 그의 이야기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게 됐다. 개구충제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려는 암환자들의 ‘자발적 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신의 콘텐츠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구독자와 소통을 위한 더 나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유튜버만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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