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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업으로 빅리그 타자 홀린 임찬규 "개구리처럼 던지려 했죠"

이석무 기자I 2024.03.18 16:01:07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LG트윈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페셜매치. 1회초 LG 선발투수 임찬규(오른쪽)가 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며 마무리한 뒤 1루수 오스틴 딘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개구리가 황소처럼 되겠다고 몸을 부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전 그냥 개구리처럼 던지려고 했죠”

미국프로야구(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인상적인 투구를 펼친 LG트윈스 ‘토종에이스’ 임찬규의 소감이다.

임찬규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빼앗고 4피안타 1볼넷 2실점만 허용하는 호투를 펼쳤다. 2실점은 김하성에게 내준 투런홈런이었다.

기대 이상의 호투였다. 지난해 14승으로 토종투수 다승 1위를 차지한 임찬규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상대 선발투수 딜런 시즈와 같은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는 없었지만 주무기 체인지업과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임찬규는 1회초 샌디에이고가 자랑하는 1번 잰더 보가츠, 2번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3번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모두 체인지업으로 돌려세우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2실점은 2회말에 나왔다. 선두타자 4번 매니 마차도에게 3루수 옆을 꿰뚫는 2루타를 내준데 이어 무사 2루 위기에서 5번 김하성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다..

그래도 임찬규는 흔들리지 않았다. 주릭슨 프로파르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데 이어 에구이 로시라오와 카일 히가시오카를 연속 3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역시 승부구는 체인지업이었다.

임찬규는 3회말과 4회말도 주자를 내보냈지만 고비마다 땅볼 타구를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자신감을 회복한 임찬규는 5회말 선두타자 메릴 잭슨을 삼진으로 잡은 뒤 보가츠와 타티스 주니어도 뜬공으로 범타 처리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한 뒤 이날 투구를 마쳤다.

이날 임찬규의 투구수는 65개였고 스트라이크는 46개였다. 최고 구속은 145km에 불과했지만 샌디에이고 타자들 입장에선 생소한 체인지업이 마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임찬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MLB 팀과 좋은 친선경기를 치르게 돼 좋은 경험이었고 영광이었다”며 “이런 야구가 더 자주 열려 한국 야구가 세계적으로 더 뻗어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특히 위력을 발휘한 체인지업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임찬규는 “내 체인지업으로 미국 타자들을 상대해보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았다”며 “최고 타자들인 만큼 실투를 던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타자들이 생소한 느낌 때문에 잘 못친 것 간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김하성에게 2회초에 허용한 투런홈런도 체인지업을 공략당한 것이었다. 임찬규는 “그 공은 실투였다. MLB 타자들에게는 정말 실투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그 이후 더 정교하게 구석으로 공을 던지려고 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찬규는 “개구리가 황소처럼 보이려고 몸을 부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원래 나대로 개구리처럼 던지려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불어 “이런 경기에 국내 투수가 나간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우리보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그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자는 마음으로 던졌다”면서 “ 좋은 경기가 됐고 시즌 준비가 잘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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